세상사는이야기 51

"그대여 웃어주소서"

"그대여 웃어 주소서" 으셔져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가쁘게 느껴지던 그대의 입술이 영역은 이 좁은 내 가슴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고운 모습들을 싸안은 세월이 뒷담을 넘는 것을 창공은 보았다잖아요. 뜨거운 정열을 소진하고 난 다음에 되돌아오는 허망을 이렇게 노래한 한국 최초 신여성 38세(1933)의 일엽은 수덕사 만공스님을 만나 발심하여 견성암(見性庵)에서 머리를 깎았다. 불교중흥의 원조, 경허스님으로부터 혜월,만공으로 이어지는 수덕사의 자비의맥과 新여성 일엽,나혜석, 견성암,수덕여관의 애틋한 이야기가 서려있는곳이 수덕사가 아닐까?

도연명의 雜詩중에서

전에 어른들이 잔소리를 하면 귀를 막고 안듣고자 했거늘나이 오십이 된 내가어느덧 잔소리를 하게 되었네, 젊은 시절의 즐거움을되찾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가는 세월따라 더욱 빨리 늙으며두번다시 삶을 얻지 못할 것이니 가족들 마냥 단란하여 꿈같은 인생을 즐겨라자손에게 돈 남겨주지 말지어다죽은후의 조치를 지금 왜 하리오. ----도연명 의 잡시 중에서---

하정초원이란?

중국 禮記 편에 "부모에 대한 자식의 한없는 효행"을 적시하고 있다. 무릇 사람이 자식이 되어 부모를 섬기는 禮는,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드리고 여름에는 서늘하게 해드린다, 밤에는 자리를펴서 편안히 쉬게 해드리고 아침에는 문안인사를 드린다, 이런 고요한 마음은 넓은 초원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내가 어찌 옛 성현들의 말씀대로 살아갈수가 있을까? 다만 조금이라도,마음만이라도 가슴속에 평생 간직하고 싶은 말이기에 또한 인연이 있는 "霞定, 河汀"과 孝와 정갈한 마음의 초원에서 하정초원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왜, 사느냐고 묻지마시게

왜, 사느냐고 묻지마시게 왜 사느냐?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굳이 묻지 마시게.. 사람 사는일에 무슨 법칙이있고 삶에 무슨 공식이라도 있다던가? 그냥 세상이 좋으니 순응하며 사는것이지... . 보이시는가.. 저기..푸른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한조각 흰구름.. 그저, 바람부는대로흘러가지만, 그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다운가..진정,여유있는 삶이란.. 나, 가진만큼으로 만족하고 남의것 탐내지도, 보지도 아니하고 ,누구하나 마음아프게 아니하고 ,누구눈에 슬픈눈물 흐르게 하지 아니하며,, 오직.. 사랑하는 마음하나 가슴에 담고, 물흐르듯 구름가듯..그냥 그렇게 살아가는것이라네, 남들은 저리 사는데 하고 부러워하지 마시게, 깊이 알고보면 그사람은 그사람 나름대로 삶의 고통이있고 근심걱정 있는 법이라네, 옥에도 티가있..

권일병에게, "일어서렴"

혁민아, 지금은 그악몽같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모두다 뜰떠있는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프르름이 탈색되어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두드리는구나, 오늘도 굳건히 일어서려는 네가 눈에 선하며 힘든 병마와 싸우느라 기진한 너의 모습에 난,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어 차라리 울고 있단다 그리고 무작정 하느님께 기도만 할뿐이란다. 혁민아, 나는 너의 엄마의 학교 선배이며,아주 절친한 사이란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의 부모님 너의 모든가족과 함께네가 태어난 집에서 함께 생활한적이 있었지 네가 태어났을때 너무나도 예뻤고, 잘생긴 너를보고무척이나 기뻐하던 너의부모님이 생각나는구나. 특히 멀리가신 할머님이....천주교 성지근처에서 주님의 은총을 흠뻑 받고 태어났지, 그리고 네가 세살이 되던때, 나는 또 너를 만났었지,횡성의 오지마..

아들아!! 수호천사가 있단다.

울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내마음은 이미 알고 있어요.아들을 위해 내가 아무것도 해 줄수가 없다는 것을요. 그래도 나는 아들의 고단한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요. 아직도 소년같은 아들의 눈을 바라보면서.거칠어진 아들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며.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여 주기도 하고때로는 웃음을 건네기도 하면서 그냥 들어주기만해요. 나는 알고 있거든요, 이미 어른이 된 아들을 위해내가 해 줄수있는 일이 더는 없다는것을...해결해 줄 수는 없으나 들어줄수는 있다는것을....잘 알고 있거든요. 아들도 이미 알고 있을거예요.모든 문제는 자신의 몫이며 해결하는 방법도 스스로 해아야 한다는 걸을요.그래도 말하고 싶을 거예요, 말하면서 길을 묻고 싶은거죠. 길은 언제나 자신안에 있다는것을.....아들..

아들아!! 집이그리우면

가을이 마악 문턱을 넘어서는 면회길, 벼이삭이 알뜰살뜰 익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은 나 잡아 보란듯이 저먼치 높아지고 바람은 살랑대며 시간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집이 그리워..... 아들을 만나러 가는길, 가을이 서너걸음을 미리 앞서갑니다. 초록으로 무성하던 산과들이 누릇누릇 해지고 바람도 제법 산들거립니다. 봄과 긴긴 여름이 지나가고 느린걸음으로 천천히...가을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무궁화꽃 시들고 부용꽃도 하염없이 시들어 가는데 백일동안 피고진다는 백일홍 꽃나무는 여전히 꽃을 매달고 있네요. 흐르는 시간들속에서 아들은 군인이 된지 어느덧 6개월, 계급장 작데기는 하나,둘씩 쌓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마음 한조각을 아직도 집에 두고있나 봅니다. 이것저것 싸가지고간 음식을 챙겨먹고,피곤하..

아들에게, 남은자의 슬픔

그대를 떠나고 난 휑한 자리에 장맛비가 쏟아졌다 아껴두었던 눈물 쏟아내기라도 하듯이 서럽게 펑펑 쏟아지다가 그 사이로 반짝 해가 비칠때면 아프게 생살을 꼬집기라도 하듯 사진속 그대 환한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직한 슬픔으로 비가 내릴때마다 아가...아가...목메어 울부짖던 엄마 목소리와 무너저 내려앉던 아버지의 어깨가 떠오르고 해맑은 누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던 눈물이 무심한 시간의 손끝을 타고 흘러내렸다 함께 밥먹고 함께 잠자던 전우들의 앙다문 입술사이로 새어나오던 흐느낌도 빗물을 타고 다시 흘러내렸다 다행이다,그대들을 물가에 묻지 않아서......, 비가와도 젖지않는 가슴에 고이 묻어두고 잊지않으마,미안한 마음 잊지않고 사랑의 마음도 고이 간직하리니 그대들도 이제 그만 설운 마음 떨치고 가라. 이생에..

아들아! 바닥이되렴.

사랑하는 아들아 군대라는 낯설고 이상한 나라로 떠난 그리운 내아들아 바닥이 되렴 몸을 낮추고 바닥이 되어보렴 납작엎드려 누군가의 밥이되어 보렴 계급이 있는한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해 보렴 욕하면 먹고 모욕감도 훌훌 털어 버리렴 날마다 욕을 처먹으면서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서 웃는바보가 되렴 세상의 어떤욕도 네 부드러운 살을 파고 들지는 못할거야 지독한 가시같은 모욕감도 네뼈에 새겨지지는 않을거야 지나간다 스쳐 지나가는것일 뿐이야 세상의 모든가시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세상의 모든 독한 것들이 바닥을 향해 내려 앉더라도 넌 그대로야, 넌 잠시 바닥에 있을뿐네가 바닥이 아닌게 분명하니까. 엄마도 바닥이 될께 너를 받쳐주는 밑바닥이 되어줄께 날마다 맨바닥에 무릅꿇고 너를위해 기도할거야 엄마의 눈물이 방석이되어 우..

어느 이등병엄마의글

어느 이등병 엄마의 글 유월의 숲은 일렁이는 초록바람과 뻐꾸기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길.........뻐꾸기 울음소리 마저도 싱그러운 초록빛갈이라는 것을 비로서 깨닫습니다. 분홍꽃 지고, 노란꽃송이 무심히 떨어진 자리에 자잘한 흰꽃들이 듬성 듬성 피어있고 수많가지 초록빛갈들이저마다의 아픔으로 여물어저가는 유월의 산과들이 눈이 시리도록 곱습니다. 지난계절의 청보리밭은 꿈인듯 사라지고그자리에 어린모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것이어리디 어린 군인들 같아 마음이 아립니다. 아직 모내기가 덜끝난 무논 곁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서있는 연초록 모판이반듯하게 각잡힌 훈련병들 처럼애틋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린모들이 한여름 뙤약볕 받으며 푸르른 벼포기로 자라나듯이 이땅의 군인들도 뙤약볕같은 고단함을 견디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