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 50

772함 수병은귀환하라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 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대 임무 이미 종료 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 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우리 UDT가 내..

새로운 맛

새로운 맛 물 한 모금 마시기/ 힘들어하는 나에게/ 어느 날/예쁜 영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물도/ 음식이라 생각하고/ 천천히 맛있게 씹어서 드세요// 그 이후로 나는/ 바람도 햇빛도 공기도/ 천천히 맛있게 씹어 먹는 연습을 하네/ 고맙다고 고맙다고 기도하면서//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다시 알겠네.

아 내(펌)

아 내 (펌)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 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폼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

어느 어머니의 말씀

어느 어머니의 말씀 아들아! 결혼할 때 부모 모시겠다는 여자 택하지 마라. 너는 엄마랑 살고 싶겠지만 엄마는 이제 너를 벗어나 엄마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단다. 엄마한테 효도하는 며느리를 원하지 마라. 네 효도는 너 잘사는 걸로 족하거늘…. 네 아내가 엄마 흉을 보면 네가 속상한 거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그걸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엄마도 사람인데 알면 기분 좋겠느냐. 모르는 게 약이란 걸 백 번 곱씹고 엄마한테 옮기지 마라.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널 배고 낳고 키우느라 평생을 바쳤거늘 널 위해선 당장 죽어도 서운한 게 없겠거늘… 네 아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조금은 이해하거라. 너도 네 장모를 위하는 맘이 네 엄마만큼은 아니지 않겠니. 혹시 어미가 가난하고 약해지거든 조금은 보태주거라. 널 위..

千山대학에 가고싶다

하고싶은 일은 千山대학을 졸업하는 일이다. 천산대학이란 ? 죽기 전에 1천 개의 산을 오르는 일이다. 화랑의 풍류도를 체감하는 데에는 등산이 최적인 것 같다. 풍류도는 자연산천을 유람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산천을 유람하다보면 얻게되는 것이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육체는 건강해지고 정신은 유연해 진다. 등산을 하다보면 호연지기가 길러지고 자연과 교감하게 되며 자신에 대한 사색과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래서 등산은 운동이라기보다는 풍류도를 실천하는 것에 가깝다. 다시 말해 등산 행위는 도 닦는 일과 같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산악회 멤버들을 보면 대개 중년층들인데 그 가운데 50대 연령층이 가장 많다. 50대가 등산하는 것을 보면 무조건 올라간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 별 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 고통과 번민속에 지내지 않도록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 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 줄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하나 품게하소서. 이 가을에는 말 없는 사랑을 하게하소서. "사랑" 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

"꽃"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을 위한 서시 김 춘 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

행여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 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

노란은행잎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며는 나는 촐싹 밟고 즐거워한다., 가을햇볕에 노란잎 떨구던날 한여름을 감고있던 가지들이 슬피운다., 가지끝에 놀러왔던 여름철새는 휑한 가지에앉아 가야할 곳을 잃는다., 찬바람 부는 가을이 깊어지면 내가 밟은 은행잎을 가슴에 안는다., 잎새잃은 가지들은 바람에 부대끼고 화려한 금빛자태는 가을한풍에 울음운다., 가을에 갇힌 여름새는 단풍이 싫어 북서풍에 흔들린 가지끝 떠나 두눈 비비며 꺼억꺼억 울면서 노란잎을 떠날것이다., 나도 은행잎 웅켜진손 펼쳐보이며 마지막 한잎새 창공에 날린다, 새를 따라가면서.........

"그대여 웃어주소서"

"그대여 웃어 주소서" 으셔져라 껴안기던 그대의 몸, 숨가쁘게 느껴지던 그대의 입술이 영역은 이 좁은 내 가슴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 고운 모습들을 싸안은 세월이 뒷담을 넘는 것을 창공은 보았다잖아요. 뜨거운 정열을 소진하고 난 다음에 되돌아오는 허망을 이렇게 노래한 한국 최초 신여성 38세(1933)의 일엽은 수덕사 만공스님을 만나 발심하여 견성암(見性庵)에서 머리를 깎았다. 불교중흥의 원조, 경허스님으로부터 혜월,만공으로 이어지는 수덕사의 자비의맥과 新여성 일엽,나혜석, 견성암,수덕여관의 애틋한 이야기가 서려있는곳이 수덕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