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것들/풍 경 33

눈꽃핀 삼막사길....

2024년 11월 28일(목) 11:00 ~ 13:40어제는 첫눈에 들떠서 산속 저수지의 예쁜 식당에서 한껏 첫눈축제의 멋을 부리다가 힘겹게 귀가했다. 창가에 앉아 식사중 내내 굵은 습설이 내리고 있었다. 첫눈 맞이에 아쉬움 때문일까? 쌓인눈이 떨어질까? 누가 가져라도 가는것일까.... 마음 졸이며 삼막사 가는길로 향했다, 급한성질의 하얀서설은 이미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고, 리기다 소나무에 얹혀진 순백의 피안처 인지, 아름드리 적송을 부러트리고도 겸연쩍하지 않은 하얀눈이 밉지 않은것은.....?  순백의 산봉우리가 설악가를 웅얼거리게 만들고.... 바위 위에,초록빛솔위에. 그리고 높이 파란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아래서 도도하게 웃음짓는 설국의 운명앞에서 발등설을 밟으며 스스로 옷깃을 여며보는 계기가 되었다...

첫눈온날....

2024년 11월 27일(수) 08:00 ~ 09:30아침 베란다 창문을 여니...."서설이다", 라고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된다. 굵은 싸락눈이 질서 정연하게 내리고 있다. 내  오랜 벗을 맞는것처럼 너무 기뻐 앞산을 찾는다. 매일 산책하는 조그만 야산이지만 오늘은 구만리 남쪽나라같은 이상형의 피안처요 북극의 설국같은 미지의 세상이었다. 가장 귀하시게 가장 먼저오신 첫눈을 밟으며 그간의 산란했던 마음을 내리는 눈가루에 날려보낼수가  있었네. 단풍나무는 눈의 위세에 스스로 굴복하고 소나무는 삶의 무게가 그토록 무거운지...., 아무도 없는 첫눈길을 걸으며 곤난해진 청설모와 까마귀에게 미한함을 가지며, 설국에 초청된 귀인처럼 지나가는 청룡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산사 가는길.....

청계산 기슭에 있는 청계 계곡을 찾았다. "맑은숲길' 이란 이름을 가진 산책길은 청계산을 지붕으로 잣나무와 메타세콰어가 울창하고 사사사철 맑은 계곡수가 흐르는 생명숲길 계곡이다. 불교 중흥조인 경허스님이 출가한곳으로 만공스님등 고승들의 향기가 있으며, 신령스런 우담바라 꽃이 피었던 고찰 청계사가 늦가을 곁에서 중생을 구도하는 만인의 도량으로 포용의 세상이었다. 젊은시절 이곳으로 청계산에 오르고 몇년전 까지 무상무념으로 계곡을 지났던 생각이나서 가을비 맞으며 숲길을 걸었다, 문득 아들생각이 났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던가?욕심인가 걱정인가? 지금껏 '고맙다' 라는 말 한마디 한적이 없었는데....  숱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겨우....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내 생각을 남에게도 ..

단풍축제

2024년 11월15일, 수목원을 찾아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했다,다행히 한시적 공개로 가을전령 단풍을 맞이했다.빨간 마가목 열매와 노각나무의 얼룩무늬는 마음의 눈으로만 만났었지...... 나는 문득 단풍든 지금 세상이피빛 으로 물든 천국인가생각했다 곧 땅에 떨어져딍굴 단풍들이어쩌면 이리도야단 스러울까? (서울대 농생명대학 수목원에서...)

蟾 . 蟬 . 그리고 나....

아침 산책길에 요즈음 보기드문 두꺼비를 만났다. 한동안 마주하고 있었지만 미동도 없었다, 옛부터 "은혜갚는 두꺼비" 라는 말이 생각나서 정중하게 교감하려 했지만 눈길도 주지않았다. 다만 5德의 文,淸,廉,儉,信을 겸비한 매미가 웃긴다며 지켜보고 있다. 참나무의 매미가 우렁찬 노랫소리로 우리만남을 시샘하고 있는듯하다. 매미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는지 우람한 두꺼비는 부동의 자세로 두눈만 껌뻑거린다. 참 미묘한 모습이다, 나 도 끼어 셋이서 어느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염천의 나날이고... 습지도 없는것 같은데 두꺼비는 어디로 가야하나? 십여년만에 세상에 나온 매미는 곧 떠나야 하는 운명인것을... 슬퍼서 우는지 기뻐서 우는지.... 둘사이에 내가 끼어 세상일에 공감하려 하지만 신통력이 부족한가 보다..

소소한것들의 소중함이란...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비가 작은 숲속의 주인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무더위와 장마비는 사람의 소통을 단절해 버렸고 넓고 아늑한 숲길을 만들어 주었다. 오직 나 혼자 이른아침마다 숲길을 간다, 강풍만 불지않는다면..... 몇년간 땅속에서 기다려온 매미나방이 춤을추고... 예쁜 다람쥐를 몰아낸 청설모는 잣서리에 분주하고... 이를 지켜보는 까마귀는 잣 창고만 주시한다. 이름 모를 딱따구리는 생사의 나무를 귀신같이 구별하여 쪼아댄다, 여름 아침의 멋진 음율이지만 그속의 애벌래 생명은 날아간다... 연약한 규균식물인 노루발은 씨앗을 내리고 푸르게 자라나고 있다, 더디지만 건강하게 자라려무나....지렁이는 땅속보다 숲속이 좋은지....까치의 밥이 되어준다, 빗물에 패인 흙길에는 굴을 뚫다가 숨진 ..

대부도의 일몰

2024년 6월 10일 (월)오랜만에 대부도를 찾았다, 처음엔 남양 방면으로 도로사정이 열악했던 시절에 제부도, 대부도를 찾았었고 15년전에 궁평항에서 전곡항, 탄도항을 거쳐서 대부도에 온적이 있다, 당시에는 한적한 어촌이었는데.... 방파제 도로에 휴게소도 생겼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어 있었다. 그때엔 왜? 일몰도 즐길 여유가 없었는지....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밀물의 강인한 힘과 곱게 지는 일몰에서 하나의 닮고싶은 인생의 한 과정을 생각해 보았다. 탄도항의 방파제를 걸으며 갯뻘에서 숨쉬는 숱한 생명들을 반기며 신비스러워 했다, 어린시절 뻘에서 놀던 동무들이 그리웠다, 석양의 갯골은 밀물에 채워지면서  어머님 머리 가름마가 되었었지...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제부도까지 케이블카가 운행하고 ..

봄날은 가고있다...

관악산의 봄날(2024년4월21일) 한발 늦게 관악산에 올랐다. 매년 철쭉이 필때는 넉넉하고 흐믓한 마음으로 만나곤 했는데.... 개화 상태가 빈약하여 꽃다발이란 말이 어색하게 되었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이미 지고 있었다. 진달래가 떠나고 산벗꽃이 대신 했었는데.... 이제 철쭉마져 화신으로 변하며 따라 가려한다. 그래도 고히 보내는 마음으로 산속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관악의 꽃님들께 인사를 드린다, 잘 가시게....,이제곧 산밤나무가 느끼한 향기로 맞아주겠지... 관악에서의 아쉬움은 지리산에서 기대해야지..마침 산행중 친구로 부터 5월초 지리산 예약이 성공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곳에서 아쉬움을 이어가야지....잔인한(?) 4월은 그렇게 지나가지만 행복한 산행길이 되었다. 머나먼 길을 돌아 나 그대에..

검단산 이야기

하남시의 랜드마크, 검단산에 올랐다. 한강 두물머리와 팔당댐의 푸르른 물줄기와 예봉산을 마주한 검단산은 언제나 평온하며 웅장한 느낌을 갖게한다. 철마다 변하는 한강의 빛깔과 물안개는 잊혀져가는 옛추억 처럼 언제나 아늑하다. 금강산에서, 검룡소에서 고단하게 흘러온 물줄기는 두물머리에서 커다란 한강을 만들고, 뗏목의 긴긴행렬은 청둥오리떼가 대신한다. 용문 가섭의 미소가 느껴지며, 예봉산,북한산, 멀리 화악산까지 신비스럽다. 몇일전 내린 설화와 물안개가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선각자 유길준의 묘, 앵자봉의 이벽, 두물머리 다산, 양근의 순암, 그리고 철신형제들.... 실학자와 개벽의 선각자들의 몸부림과 외침을 검단산을 알고 있으리....비록 지금은 一雁高空의 심경이지만 선각자들의 삶을 기억하며 살아가리라.....

삼성산 樹氷.....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은 하얗게 변해있었다. 터벅터벅 혼자서 눈길을 걸었다, 상고대는 아니지만 멋진 설화신을 만나고 숲속에서 수천년만에 한번 봄직한 스노우 몬스터 를 만났다, 늘 푸르던 소나무가 귀여운 몬스타로 변해 있었다. 삼성산 주변의 작은 계곡에서는 봄의 전령, 물소리가 백설에 골짜기를 만들며 세상을 바꾸려하고 있었다...삼막사 북벽에는 고드름 과 설화가 눈길을 만들고 삼귀자 앞에는 노송이 백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있네... "겨울사랑" /문정희님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2024년 2월 22일(목) 삼성산 삼막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