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것들 110

겨울밤의 아뜨리움

수원시림교향악단졔295회 정기연주회 세모의 겨울이 너무나 지루하다. 계절탓일까, 변화의 두려움일까... 지는 낙엽마져도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겹겹이 허전함과 한기가 스며든다. 정갈한 마음을 위해, 야산의 낙엽을 밟으며 만난 딱따구리 소리에도 별다른 감흥은 일어나지 않는다. 평창동에서 인왕산과 세검정의 옛추억과 갤러리를 찾았지만 흩어진 심사는 그대로였다. 무던히 고심하다가 음율의 세상을 찾았다, 일상의 희로애락에 따른 정서의 갈증을 채워주던 수원시향을 찾았다. 아뜨리움의 넓은 공간에서 여유를 느끼고 한겨울의 삭풍에 떨고 있는 정원수에서 집착의 부끄러움도 느꼈다. 일상의 경계에서 해방되며, 선지자들의 회한이 새겨진 그윽한 음율에 새살이 살아나듯 시공을 넘나드는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자유롭고 행복한 인간을..

눈꽃핀 삼막사길....

2024년 11월 28일(목) 11:00 ~ 13:40어제는 첫눈에 들떠서 산속 저수지의 예쁜 식당에서 한껏 첫눈축제의 멋을 부리다가 힘겹게 귀가했다. 창가에 앉아 식사중 내내 굵은 습설이 내리고 있었다. 첫눈 맞이에 아쉬움 때문일까? 쌓인눈이 떨어질까? 누가 가져라도 가는것일까.... 마음 졸이며 삼막사 가는길로 향했다, 급한성질의 하얀서설은 이미 모습을 감추기 시작하고, 리기다 소나무에 얹혀진 순백의 피안처 인지, 아름드리 적송을 부러트리고도 겸연쩍하지 않은 하얀눈이 밉지 않은것은.....?  순백의 산봉우리가 설악가를 웅얼거리게 만들고.... 바위 위에,초록빛솔위에. 그리고 높이 파란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아래서 도도하게 웃음짓는 설국의 운명앞에서 발등설을 밟으며 스스로 옷깃을 여며보는 계기가 되었다...

첫눈온날....

2024년 11월 27일(수) 08:00 ~ 09:30아침 베란다 창문을 여니...."서설이다", 라고 나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된다. 굵은 싸락눈이 질서 정연하게 내리고 있다. 내  오랜 벗을 맞는것처럼 너무 기뻐 앞산을 찾는다. 매일 산책하는 조그만 야산이지만 오늘은 구만리 남쪽나라같은 이상형의 피안처요 북극의 설국같은 미지의 세상이었다. 가장 귀하시게 가장 먼저오신 첫눈을 밟으며 그간의 산란했던 마음을 내리는 눈가루에 날려보낼수가  있었네. 단풍나무는 눈의 위세에 스스로 굴복하고 소나무는 삶의 무게가 그토록 무거운지...., 아무도 없는 첫눈길을 걸으며 곤난해진 청설모와 까마귀에게 미한함을 가지며, 설국에 초청된 귀인처럼 지나가는 청룡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가을의 노래....

가을비가 가늘게 내렸다, 가을은 단풍과 외로움만 있는것은 아니다. 위로 해주고 함께 해주는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텅빈 마음 음율로 채울수 있는 연주회를 첮아 수원으로 갔다. 가끔은 음악과 미술에서 당시의 사회상과 삶의 의미를 깨닯고, 해당 선각자들의 참척같은 고통을 이해하려고 애써본 적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오랜만에 수많가지 음율에 내 작은 바램을 말하며 꿈 같은 순간을 즐겼다, 행복한 가을밤 이다.  수원시향 제294회 정기연주회공연일 : 2024년 11월 22일공연시간 : 7:30pm, 120분(Intermission20분 포함)지휘자 : CHRISTOPH  ALTSTAEDT M. Rvel :              프랑스 작곡가(1875~1937),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어린이들을 유독 좋아했..

산사 가는길.....

청계산 기슭에 있는 청계 계곡을 찾았다. "맑은숲길' 이란 이름을 가진 산책길은 청계산을 지붕으로 잣나무와 메타세콰어가 울창하고 사사사철 맑은 계곡수가 흐르는 생명숲길 계곡이다. 불교 중흥조인 경허스님이 출가한곳으로 만공스님등 고승들의 향기가 있으며, 신령스런 우담바라 꽃이 피었던 고찰 청계사가 늦가을 곁에서 중생을 구도하는 만인의 도량으로 포용의 세상이었다. 젊은시절 이곳으로 청계산에 오르고 몇년전 까지 무상무념으로 계곡을 지났던 생각이나서 가을비 맞으며 숲길을 걸었다, 문득 아들생각이 났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던가?욕심인가 걱정인가? 지금껏 '고맙다' 라는 말 한마디 한적이 없었는데....  숱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겨우....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내 생각을 남에게도 ..

단풍축제

2024년 11월15일, 수목원을 찾아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했다,다행히 한시적 공개로 가을전령 단풍을 맞이했다.빨간 마가목 열매와 노각나무의 얼룩무늬는 마음의 눈으로만 만났었지...... 나는 문득 단풍든 지금 세상이피빛 으로 물든 천국인가생각했다 곧 땅에 떨어져딍굴 단풍들이어쩌면 이리도야단 스러울까? (서울대 농생명대학 수목원에서...)

공지천 秋情

나는 공지천을 자주 찾는다. 북한강의 작은 지류이고 예전에는 동계체전의 스케이트 경기장 이었다. 하지만 그런 연유로 인한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지 힘들거나 기쁜일이 있을때는 나도 모르게 찾곤했던 정이든 멋진곳이다. 강물의 느린 흐름이 좋고, 메타세쿼이아의 황금색 단풍도 아름답다, 초저녁의 불빛의 다리밑 강물은 추정을 물씬 풍기는 외로움의 아름다움이었다. 추풍에 쏠려 중미도로, 의암호로...멀리 한강으로, 서해로 쉬임없이 흘려가고 싶다. 2년전 고운님 떠나보내는 종천지통을 감내해야했고, 작년에는 천형의 고통에서 몸부림쳤고.... 오늘은 혼주의 예로 왔으니...,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하늘의 심판은 어떤것인가?  무엇이 벌이고 사인가? 인생길이 참 모질다.... 수많은 생각은 파란 하늘을 날고, ..

가을의 향기를 찾아서....

2024년 10월 19일(토)초가을 장대비가 그치더니 하늘이 더 높고 파래졌다. 하얀 뭉개구름이 백운창구를 그리며 여지없이 바깥으로 내몬다. 어디로 가야하나?  여행계획도 내려놓고 어찌할바를 몰라 마음만 급해지니.... 지금쯤 설악은 만산홍엽일테고 화악산,연인산,용문산을 어떻게 물들어가는지.... 20여년동안 10월달은 그곳에서만 들락거렸는데.... 올해는 모든것늘 내려 놓아야하니 아쉽고 허전하다. 호사다마가 싫어서 스스로 절제하고 있는것이지만........ 투구꽃,용담이,이질꽃,금강초롱 그리고 늦은 닻꽃도 단풍에 어우러져 안개구름에 몽환적 자태로 몸을 숨기고 있을텐데, 춘래불사춘 왕소군의 마음이 되어본다, 그래서 정동길이나 걷고싶어 찾았다가 덕수궁과 마주했다.

蟾 . 蟬 . 그리고 나....

아침 산책길에 요즈음 보기드문 두꺼비를 만났다. 한동안 마주하고 있었지만 미동도 없었다, 옛부터 "은혜갚는 두꺼비" 라는 말이 생각나서 정중하게 교감하려 했지만 눈길도 주지않았다. 다만 5德의 文,淸,廉,儉,信을 겸비한 매미가 웃긴다며 지켜보고 있다. 참나무의 매미가 우렁찬 노랫소리로 우리만남을 시샘하고 있는듯하다. 매미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는지 우람한 두꺼비는 부동의 자세로 두눈만 껌뻑거린다. 참 미묘한 모습이다, 나 도 끼어 셋이서 어느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염천의 나날이고... 습지도 없는것 같은데 두꺼비는 어디로 가야하나? 십여년만에 세상에 나온 매미는 곧 떠나야 하는 운명인것을... 슬퍼서 우는지 기뻐서 우는지.... 둘사이에 내가 끼어 세상일에 공감하려 하지만 신통력이 부족한가 보다..

소소한것들의 소중함이란...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비가 작은 숲속의 주인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무더위와 장마비는 사람의 소통을 단절해 버렸고 넓고 아늑한 숲길을 만들어 주었다. 오직 나 혼자 이른아침마다 숲길을 간다, 강풍만 불지않는다면..... 몇년간 땅속에서 기다려온 매미나방이 춤을추고... 예쁜 다람쥐를 몰아낸 청설모는 잣서리에 분주하고... 이를 지켜보는 까마귀는 잣 창고만 주시한다. 이름 모를 딱따구리는 생사의 나무를 귀신같이 구별하여 쪼아댄다, 여름 아침의 멋진 음율이지만 그속의 애벌래 생명은 날아간다... 연약한 규균식물인 노루발은 씨앗을 내리고 푸르게 자라나고 있다, 더디지만 건강하게 자라려무나....지렁이는 땅속보다 숲속이 좋은지....까치의 밥이 되어준다, 빗물에 패인 흙길에는 굴을 뚫다가 숨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