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비가 작은 숲속의 주인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무더위와 장마비는 사람의 소통을 단절해 버렸고 넓고 아늑한 숲길을 만들어 주었다. 오직 나 혼자 이른아침마다 숲길을 간다, 강풍만 불지않는다면.....
몇년간 땅속에서 기다려온 매미나방이 춤을추고... 예쁜 다람쥐를 몰아낸 청설모는 잣서리에 분주하고... 이를 지켜보는 까마귀는 잣 창고만 주시한다. 이름 모를 딱따구리는 생사의 나무를 귀신같이 구별하여 쪼아댄다, 여름 아침의 멋진 음율이지만 그속의 애벌래 생명은 날아간다...
연약한 규균식물인 노루발은 씨앗을 내리고 푸르게 자라나고 있다, 더디지만 건강하게 자라려무나....지렁이는 땅속보다 숲속이 좋은지....까치의 밥이 되어준다, 빗물에 패인 흙길에는 굴을 뚫다가 숨진 두더쥐의 모습.... 숲의 향연은 찰라의 순간마다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땅속을 밀고나온 버섯, 바위틈의 버섯, 썩은나무의 버섯, 이끼위의 버섯, 낙엽속의 버섯, 푸른 나무에 붙은 버섯.....이름 모를 숱한 버섯들의 생사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에는 땅을 뚫고나오고...저녁때는 예쁜 봉오리로.... 아침에는 우산모양으로... 점심때는 스스로 자진해 버린다....모양도 갖가지... 자람도... 죽음도 달리한다.... 마치 인간처럼..... 오늘 아침에 문득 슬픈 감정으로 쓰러진 버섯을 바라보고 있다, 내 삶도 버섯과 별로 다르지 않으니....
숲 속의 나무가
고요히 말을 거내
속상해도 웃어라
자꾸자꾸 웃다 보면
마음이 넓어져서..... 라는 어느 싯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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