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 53

아내의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

동아일보|오피니언 아내의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80〉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09-30 03:00업데이트 2022-09-30 03:20 언젠가는 소리없이 다가올 때에 나는 어떻게 서러워 해야하나? 欲下丹靑筆, 先拈寶鏡寒. 붓으로 막 그림을 그리려다, 먼저 차가운 거울을 집어 듭니다. 已驚顔索寞, 漸覺빈凋殘.놀랍게도 얼굴은 부석부석하고, 귀밑머리는 점차 성기는 것 같네요. 淚眼描將易, 愁腸寫出難.흐르는 눈물이야 그리기 쉽지만, 시름겨운 마음은 표현하기 어렵네요. 恐君渾忘각, 時展(화,획)圖看.행여라도 낭군께서 절 깡그리 잊으셨다면, 이따금 이 그림을 펼쳐 보셔요. ―‘초상화를 그려 남편에게 보내다(寫眞寄外·사진기외)’ 설원(薛媛·당 말엽) 젊은 선비 남초재(南楚材)는 교제와 견문..

나는 왜 산책을 하는가?

Opinion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목적이 없어도 되는 삶을 위하여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0:42 지면보기 나는 왜 산책을 하는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나는 산책 중독자다. 나는 많이, 아주 많이 걷는다. 나에게 산책은 다리 근육을 사용해서 이족 보행을 일정 시간 하는 것 이상의 일이다. 나에게 산책은 예식이다. 산책에 걸맞은 옷을 입고, 신중하게 그날 날씨를 살피고, 가장 쾌적한 산책로를 선택한다. 그리고 집을 나가, 꽃그늘과 이웃집 개와 과묵한 이웃과 버려진 마네킹을 지나 한참을 걷다가 돌아온다. 나에게 산책은 구원이다. 산책은 쇠퇴해가는 나의 심장과 폐를 활성화한다. 산책은 나의 허리를 뱃살로부터 구원한다. 산책은 나의 안구를 노트북과 휴대폰 스크린으로부터 구원한다. 산..

거인, 유상철 선수

축구 국가대표 "유상철" 선수를 생각한다. "암환자, 이럴 때 서럽다"...나영무 박사가 털어논 유상철 비화 중앙일보 입력 2022.02.25 05:00 업데이트 2022.02.25 10:04 나영무 박사의 '말기 암 극복기'(5) 항암치료 기간 동안 암환자의 외출은 조심스럽다. 항암 부작용으로 체력이 확 떨어지거나, 어지럼증 및 피로 등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어서다. 비교적 몸 컨디션의 사이클이 좋게 올라왔을 때 미뤄둔 볼 일을 몰아서 본다. 컨디션이 올라와도 피로로 인해 3시간 이상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항암제를 맞고 난 뒤 1주일 지나 은행을 찾은 적이 있다. 일을 마치고 차로 돌아가는데 배에서 가스가 꽉 찬 느낌이 올라왔다. ‘가스가 나오려나’고 생각하는 순간 변실금 실수를 하고 말았다. ..

登山八峰

8봉 밑의 샘터에서..... 8봉에 오르고 미로 따라 절냄새 맡으며 내려선다, 초라한 어느 샘터에 무심코 멈추었다. 30여전 부터 스치듯 무관심하게 지나쳐던 샘터다, 오늘따라 반갑고 정겹다. 나는 풍파에 밀려나서 추례하고 누추하게 변해가는데...... 이곳의 샘물은 예전 그대로 맑은 감로수를 토해내고 있었다. 어찌 지나버린 시간들의 이유를 기억이나 할까? 千山鳥飛絶 萬徑人跡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 유종원 1960년대에 "영등포 산악회" 에서 개발, 관리해온 샘터임.

山中 의 회상

관악산 능선... 그래도 평화로웠다 전염병 확산이 공포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일부 지역에는 한파 주의보 까지 내려졌다고 하는데 아침의 날씨는 아릴정도로 차가웠다, 강한 바람까지 가세하고 간혹 음지에 쌓인 눈길이 위험한 때도 있었다. 익숙한 비산능선(헬기능선)을 따라 불성사에 이르고... 곧 이어서 8봉능선의 끝에 서 있다. 미끄럽고 쌀쌀했지만 파랗고 청명한 날씨가 위안을 준다, 지긋지긋한 중국발 대기질 현상이 없기에 기분이 좋다, 능선을 내려가다 5봉 근처 양지바른 나만의 아지트에 비닐텐트를 치고 휴식겸 점심을 먹는다. 시샘하듯 까마귀 몇마리가 같이 먹자며 위협하듯 소리를 지른다. 어젯밤 24회 동계 올림픽이 중국에서 열렸다, 전염병을 이겨내며, 혼신의 힘을 다해 꿈을 찾아, 헌신하는 젊음을 보고 싶었다..

하얀눈이 그리우면...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

사슴벌레

숲속의 사슴벌레... 100년도 더 오래 됨직한 내 고향 마루에서..추석 즈음에 고향집 을 찾았을 때의 추억 이었던가? 며칠전 앞산에 오르다 만난 사슴벌레 에서 고향집 굴뚝연기 같은 그리움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산소옆 상수리 나무에서 잡아온, 사슴벌레 다리에 실을 묶어 놀던 아들녀석... 그리고 마루에서 송편 빗던 주름 많던 어머니....그리고 밤을 치던 어버지... 월정사숲 고목에서 잡아온 사슴벌레, 설합에 가두고 참나무 토막, 사과,당근,채소로 정성을 다해 키우던 아들 얼굴에서 가는 땀방울도 보았고....4계절 1년을 집안에서 함께 한후 앞산에 다시 보내주었었는데.....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부모님은 먼곳으로 떠나셨고 폐가된 툇마루는 기억속 에서만 맴돌고...가지고 놀던 아들녀석도... 모..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으며,우리가 오히려 부담을 주고 있는것 같습니다.부족한 외국인으로 한국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 둘로 인해 마음이 아프게 해드린 것을 이 편지로 용서를 빕니다," 소록도에서 40여년간 봉사해온 오스트리아출신 두수녀님이 2005년11월21일, 달랑 편지한장 남겨둔채 소록도를 떠나면서 남긴 말입니다. 3평 남짓한 방 한칸에서 변변한 가구도 없이 살아온 분들이다, 1920년대 20대의 꽃다운 젊은시절에 한국에와서, 40여년간 나환자를 사랑으로 감싸안았던 "마가렛트 피사렉 과 마리안네 스퇴거" 할매 수녀님들이 남긴 이야기 입니다.

소록도 이야기

'전라도 길' 韓 何雲 지음 소록도로 가는 길에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 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가는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졌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한 하 운(1919~1975)은 한경남도 함주출신으로 본명은 한 태영이다, 함흥제일보통학교,이리농림학교, 동경 세이케이, 중국북경 대학원 농학원을 졸업, 또는 수료하고 함남도청 축산과에서 근무하다가 월남하여 유랑생활중 발병하였음. 성혜원,신명 보육원을 설립했으며 대한 한센 연맹 위원장을 지내며..

카톨릭 원주교구의 정의평화 운동사적 의미

원주교구의 정의평화 운동사적 의미 발표자 : 이경국 안드레아 1. 서언(序言) 원주교구 설정 4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 평신도로써 원주교구의 사회정의운동을 조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부끄러운 일인지 모른다. 더욱이 원주교구 설정의 의미는 무엇이며, 매우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사목활동을 해야 했던 원주교구가 왜 사회정의운동을 전개해야만 했는가 그리고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전개 과정들은 어떠했는 가를 학문적으로 조명(照明)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한 평신도로써는 더욱 그러하다. 원주교구가 한국교회의 쇄신과 발전,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크게 공헌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늘 자긍심(自矜心)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벌써 40여 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지학순 주교님의 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