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마악 문턱을 넘어서는 면회길, 벼이삭이 알뜰살뜰 익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늘은 나 잡아 보란듯이 저먼치 높아지고 바람은 살랑대며 시간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집이 그리워.....
아들을 만나러 가는길, 가을이 서너걸음을 미리 앞서갑니다. 초록으로 무성하던 산과들이 누릇누릇 해지고 바람도 제법 산들거립니다. 봄과 긴긴 여름이 지나가고 느린걸음으로 천천히...가을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무궁화꽃 시들고 부용꽃도 하염없이 시들어 가는데 백일동안 피고진다는 백일홍 꽃나무는 여전히 꽃을 매달고 있네요. 흐르는 시간들속에서 아들은 군인이 된지 어느덧 6개월, 계급장 작데기는 하나,둘씩 쌓일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마음 한조각을 아직도 집에 두고있나 봅니다.
이것저것 싸가지고간 음식을 챙겨먹고,피곤하다 아에 누어버리며,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집이그리워......가을이 지나 겨울이 와도 아들은 습관처럼 집이 그리울테고징검다리 건너듯 사계절을 건너뛰며 면회가는길아들을 만나러 가는 그길은 흐르는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그리움으로 눈 시린 하얀길이 될것입니다.
집이 그리운 아들마음, 자식을 그리는 부모마음은 고단한 꿈길에도면회실 근처를 그냥 지니치지못하고 바람이되어 머뭇거릴 테구요.아들을 두고 오는길,아들의 목소리가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엄마, 집이 그리워... 바람이 중얼거리는 소리도 함께 들리는듯해요.엄마, 집에 가고 싶다....,
2005년 9월 10일
어느 이등병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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