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하고싶은 이야기

권일병에게, "일어서렴"

하정초원 2008. 10. 26. 09:16

혁민아, 지금은 그악몽같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모두다 뜰떠있는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프르름이 탈색되어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두드리는구나, 오늘도 굳건히 일어서려는 네가 눈에 선하며 힘든 병마와 싸우느라 기진한 너의 모습에  난,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어 차라리 울고 있단다  그리고 무작정 하느님께 기도만 할뿐이란다.

 

혁민아, 나는 너의 엄마의 학교 선배이며,아주 절친한 사이란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의 부모님 너의 모든가족과 함께네가 태어난 집에서 함께 생활한적이 있었지 네가 태어났을때 너무나도 예뻤고, 잘생긴 너를보고무척이나 기뻐하던 너의부모님이 생각나는구나.

 

특히 멀리가신 할머님이....천주교 성지근처에서 주님의 은총을 흠뻑 받고 태어났지, 그리고 네가 세살이 되던때, 나는 또 너를 만났었지,횡성의 오지마을에서 첩첩산중의 맑은 냇가에서,우리 효재와 언구,그리고 우리 세가족들 그때 우리는 물놀이에 지친 너희들을 재우고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단다. 어떻게 이녀석들을 키울까 하고.....

 

그리고 네살때 우리집에 왔었지,떡볶기를 해줬는데,맛있게도 먹더라,그리고, 더달라고, 나 잘먹는다고, 그래서 많이 주니까, 억 하고.....천진스럽고,미간을 찡그리던 혁민이가 너무 보고싶구나. 초등하교시절,우린 또 만났지, 너의집에 머물면서,많이 자란 혁민이와 건강한 너의 부모님을 보고 여간 기쁘고 행복한지 몰랐단다.

 

밤늦도록 오락하고, 우리 효재한테는 기회도 안주고,혁찬이 형하고만 했었지. 그다음날 우리는 치악산 국향사 계곡으로 개구리를 잡으러 갔었지 그때,혁찬이 형이 넘어져 엄마한테 혼나고 우리는 잠자는 개구리를 참 많이 잡았지,그리고 몇 마리 서울로 가지고와서 관악산 근처에 놓아 주었단다,지금도 관악산에 가면 혁민이와 함께 잡았던 개구리가 생각나며 네 이름을 부르는것 같구나.

 

혁민아 그리고,몇번 또 만나고, 세월은가고, 대학에 들어가고,이제는 슬그머니 훌쩍 커 버린 너를 서울의 병원에서 만났었지? 네 동생 혁우 입원 했을때, 이제 얼마 안있으면 군대간다고 인사하던 해맑은 네모습, 그리고 둘째 아들까지 군에 보내는 너의 엄마의 넉넉하던 웃음이 생각이 난다.

 

국가의 부름에 1월 군대가고,그리고 포천의 부대로가서 잘 적응하는 군이 되었다고, 엄마는 자랑하셨단다. 우리효재가 4월에 군에 간다니까 국가에서 지켜주니 걱정말라며 위로해주던 네 엄마가....

 

그런데 이 무슨 청천의 벼락인가? 8월 24일 네가 사고로 수도병원에 입원했다고? 나는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단다, 유격훈련중에 사고로 생사를 알수없는 중환자실에 있다고....가슴이 터지고 어찌할수없는 막막함에 정신을 놓을 지경 이었단다. 그리고 병실에서 본 너의 모습에 나는 너무 슬펐고,아무것도 해줄수없는 자신을 탓하며, 현실이 아니기를 하고 애써 외면 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평정심을 가지신 네 부모님의 모습에서 슬퍼할수만 없다는 생각과 곧 회복되리라 믿음을 가졌지. 그후로 나는 매일 하느님께 기도하고, 혁민이를 위해 모든사람에게 기도를 부탁하고,주님의 은총으로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있단다. 혁민아, 이제는 호흡기도 떼었다고.....

 

눈을뜨고,호흡기도 떼고,우리 대화도 했지," 효재 엄마라고,그리고 서울에 산다고" 동생 혁우도 보고, 혁찬이 형도 보았다고,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표현을 못해 짜증내던 네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단다. 혁민아,조금만 더 회복되면 내가 "삼국지 만화책"을 가지고 온다고 했지, 하루빨리 한아름 책을 가지고 찼아갔으면 한다.

 

이제 지루했던 여름도 지나가고 결실의 가을이 오니, 너도 빨리 일어나서 악몽의 허물을 벗고 늠름한 군으로 돌아가 우뚝 서 보자꾸나,너는 할수있어, 반듯이 하느님이 보호해 주실거야, 나도 혁민이를 위해 기도 할께.....우리 권혁민 일병을 보호해달라고....하느님 우리 혁민이를 도와 주세요...   사경을 헤매는 권혁민 일병을 위하여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2005년 9월 15일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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