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삼관산행
산행일자 : 2011년 7월 2일 토요일
안개속에서 혼자산행
산행구간 : 삼성초교 - 기도바위 - 사자바위 - 학우봉 - 절고개 - 삼성산국기봉 - 상불암 - 천일암 - 망월암계곡 - 불성사초입 - 잣나무숲 - 군부대계곡 - 헬기장 - 6봉능선 - 8봉국기봉 - 통신탑 - 5봉능선 - 학바위능선 - 약수터 - 우거지쉼터 - 삼성산국기봉계곡 - 국기봉 - 삼막사 - 학우봉둘레길 - 기도바위 - 날들머리 (산행시간 :9시간)
7월의 초하루이고, 지루한 장마속의 맑은 한귀퉁이를 놓칠수는 없었다, 습도가 높고 짙게깔린 안개속이라 풍광의 묘미 없을지라도 암울한 마음을 달랠수있어서, 힘듬으로서 허기를 채워볼까하며 마음을 다져잡는다. 욕심부려 막걸리도 시원한 놈으로 두병을 사고, 컵라면,보온물통, 과일몇개,5리터의 물이 함께갈 산행동료들이다.
산들머리부터 후덥지근하며 힘이든다,장마비에 놀랬는지 산행하는 사람들도 많지않다, 오늘만큼은 천천히 생각하며 걷고 싶다, 기도바위를 지나면서 우회길로의 유혹이다, 습도로 인하여 힘이들기에...., 에잇 이열치열이다, 단숨에 2전망대(사자바위)에 오른다, 운무에 가득하고 안개속에 속살을 숨긴 듯 신비스런 고도같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오늘만큼은 아무도 가지않는 학우봉도 오른다, 작년에는 매주 야산때 들르던 곳이었는데,,,,, 공룡같이 이어지는 암릉에 위에서 지나온 산행길을 바라본다, 흔적도 없는 지워진길이다, 이 묘릉곁에는 교양가득한 중년의 여인들이 한담을 즐기던곳었는데, 혼자서서 몇갈래로 찓기어진 가슴속 나에게 철없는 넋두리나 하면서,
숨이 멎을즈음 삼막사와 염불암을 잇는 절고개에 도착한다, 항상붐비던 곳이었는데 오늘은 몇사람없다, 아마도 비가올것
같아 포기한것일까? 어쩌다 이곳에서 만나는 후배도 안보이고, 그냥 혼자 마지막 정상을 향한다, 커다란 짐을진 어느 중년아저씨. 혼자몸도 가누기 힘든데, 저 큰짐을,,, 아마도 국기봉에서 팔 아이스케키통같기도하고, 짐꾼아저씨의 잎에서는 단감네같은 숨소리가 난다, 종아리의 힘줄은 생명의 외침같다.
이윽고 삼성산 주봉이다, 몇사람들만이 쉬고있다, 힘에겨운지 말들이 없다, 태극기만이 안개속에 흔들거릴뿐, 이곳또한 아무것도 볼수없는, 망망대해같은 외로움뿐이다, 그너머 상불암으로 내려서고 천일암의 능선을 따른다, 천일암 앞에있는 소나무정자에서 난감해하는 어느산객의 깊은한숨소리가 처절하게 들려온다.
좌측 망월암계곡으로 들어선다, 아무도없는 우울한 계곡, 물소리만이 스산하고, 휘몰아치는 골바람이 폐부속깊이 파고든 다, 풍성한 계곡수에 휴식하는 몇몇그룹의 여유가 마냥 행복해 보인다. 불성사초입을 지나 잣나무숲길로 들어선다, 한달여만에 찾는곳이다, 군부대계곡의 맑은물을 뒤로하고 헬기능선을 오른다.
가파른 암릉과 잔 소나무사잇길을 오르면 헬기장이다, 넓은공간에 인적도 드물고, 시야가 확트인곳이다, 나는 힘겹고 어두운 일이 생기면 이곳을 자주 찾는다, 그냥 주변에 서있는 소나무향만 맡아도 온유해지는 그런 신비스런곳이다, 지난 겨울날, 눈이 소복히 쌓인 이곳에, 바램도 숱하게 써놓았었는데,,,, 우측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온다.
지난번 고정해놓은 노간주나무가 아예없어져 버렸네, 신발끈을 풀어 매어놓아 튼실히 자라고 있었는데, 참 아쉽다, 조금 더올라 확트인 안부에 앉는다, 어둠안개님에 둘러쌓인 안부는 까만 개미들이 찾이하고? 빵두쪼각,도마도한개, 막걸리 한병로 식사를 한다, 안개비가 입안에 가득찬다.
바람도 없다, 안개비는 내린다, 습도는 높고, 힘은 두배로 든다, 마주치는 사람도 없다, 그져 공허한 생각과 무거운 발걸음이다, 늘 함께한 산부추잎이 즐거움을 주며, 함초로이 피어난 참나리꽃이 아름답다, 물에젖은 6봉능선에 올라서니 시야가 밝아온다, 간혹 바람도 불고,,,, 불성사와 8봉능이 얼굴을 내민다.
6봉갈림길을 지나며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도 한적하다, 과천벌을 바라보며 걷는다, 정지해있는 8봉깃봉에 선다. 아마도 관악산의 중심에 있는것이 아닐까? 모나지 않는 만물의중심, 흩으러진 지난세월과 기다려진 세월의 중심은 어딜까? 잃었는가, 속절없는 바램일까,,,
산중간이식당을 지나고, 통신탑을지나 5봉능에 선다, 제법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비릿한 땀냄새와 고소한 밥냄새, 시큼한막걸리냄새가 가득한 산꾼들의 식탁을 지난다, 그리고 5봉능을 지나 학바위능선으로 간다. 100여미터를 지나 지능선을 내려선다, 이 등로는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사람들도 없고, 호젓하고 시원한 약수터가 있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다, 언젠가 별이쏟아지는날, 이곳에서 밤새워 이야기나 해야지....
무너미에서 서울대로 내려가는 큰 등로를 만난다, 그리고 쉼터와 체육시설들이 있는 간이 대피소를 만난다, 많은사람들이 얼키고설켜서 먹고,마시고 애기하며 즐기고있는 가운데를 지나며 삼막사 진달래능선을 들어선다, 울창한숲과 계곡의 맑은물, 안개구름으로 어두워진 등로, 그리고 혼자가는 즐거움, 왜이리 내 발자국소리와 숨소리가 크게들리는지?
주인을 잃은 약수터는 외롭지만 시원하게 물을 뿜는다, 계곡에 발을 담그며 빵조각과 자두2개, 막걸리로 허기를 채운다, 이제좀 술기운이 돈다, 언젠가 어느노인이 다듬어놓은 약수터돌담을 만져보며 세월의 덧없음을 느껴본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않는 숲길을 오르며 노랜한다, "세상은 어제와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먼혼자 이렇게 달라져있다, .... 천금같은 추억이 담겨져있는 머리위로 바람이분다,.....,"
정상근처 안부에서 따듯한 커피한잔 마신다, 한달전 간판위에 써놓은 장자잠언 한귀절을 지워버린다, 모든게 끝난듯한 마음으로,,, 그리고 암릉을 직보하여 국기봉에 올라선다, 오늘 3번째로 만나는 국기봉이다. 나부끼는 태극기를 멍하게 바라본다, 실성한 사람의 눈빛으로,,, 빠른걸음으로 삼막사에 도착한다.
쓰레기를 버리고 수집장을 넘어 계곡길로 들어선다, 회양목이 우거진 비좁은 등로를 따른다, 수량이 많아진 계곡을 조심스레 건너고, 아침에 올랐던 학우봉아래 계곡둘레길로 간다, 오가는 사람하나없다, 그래도 비는 오지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느새 땀으로 젖어버린 옷가지며, 산행중 그많던 생각과 결심이 날아가버린 자욱, 힘껏절규했던 가슴과 입술도, 이제는 메스꺼운 냄새로변해 날아가버렸다,,,,,아무것도 남지않았다.
그리고 원점회귀 날들머리에서 산행을 종료한다, 안개비와 어두운비구름, 땀과 나무와 야생화와, 계곡과물, 산뜻한 공기를, 내 몸뚱아리로 감싸안으면서 함께한 9시간의 산행,,,,, 정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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