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봉을 지나 팔봉으로 2011.4. 2>
오늘따라 비도 온다하고, 방사능도 온다하고, 황사까지 온다한다, 아침일찍 뉴스시간에 귀를 쭁끗해보지만, 신선하고 맑다는 예보는 없다, 에잇, 쪽바리가 사고쳐놓고, 떼놈들이 모래재를 뿌리고 흔들어 대니 이 좁은 땅떵어리가 어찌 견뎌낼수가 있겠는가?
늘 같이 다니던 사람은, 어디 동부인해서 원족을 가는지? 연락이 없다, 이런때는 메이와쿠(迷惑)하지말고 조용히 혼자가자, 하면서 집을 나선다. 무림슈퍼에서 막걸리1통, 컵라면 1개를 챙겨서,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능선에 오른다.
능선은 인산인해다, 양지바른곳은 벌써 조출한 잔치가 한창이다, 빨리 이곳을 탈출해야하는데,,,, 하면서 웃기게 생긴 한무리의 아지매들 뒤를 따른다, 경상도 아지매들 같은데 하는 말이 하도 가관이다, “야, 네 남편은 한번 감기 걸리면 몇일을 쥑인다며?, 그래, 이 인간이 꾀병인지는 몰라도 3,4일은 팍 퍼진다카이, 그래 오늘아침, 침대에서 뒤진척하길레 내가 말했지., 잠깐 내려와봐라, 그라고, 내오늘 어디좀 갈테니 집에 이끄라 카고, 이리로 내뺐지,하하하하...” 아아, 세상참 많이도 변했네.
사자바위는 서 있을 틈이 없다, 희뿌연 안개속에 비친 송도앞바다, 흑색필름?, 황사?, 아님 방사능인가?
학우봉을 지나 주봉인 국기봉에 오른다, 여유있게 삼막사를 바라보며 염불소리를 듣는다, 새들도 합장한다, 조화를 뒤엎은 저아래 귀신글, "Buddist say, no Lee MB abandoning Peaple,s voice,", 옛선승들은 사찰을 無門關이라 했거늘 무슨 속세의 빗음이 그리많은지, 이집 문턱은 왜, 높고 무섭고 속박하는 굴레가 되어가고 있을까?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야 더 아름답지 않은가? 질곡의 삶을 비추어 자비의세계를 만들수는 없을까? 괜한 걱정을 하며 철탑에 오른다, 삼성,관악의 영봉심계를 안아볼 수 있어 좋다, 가슴속이 시원하다, 순子의 勸學篇, “不登高山,不知天之高也,不臨深溪,不知地之厚也”(높은산을 오르지않고는 하늘이 높은줄 모르고, 깊은계곡에 가보지않고는 땅이 넓은지 모른다)이 생각난다, 요즘세상에 이렇게 이해하면 또 어떨까요? “자신이 조금은 괜찮은 인간이 되어야 훌륭한 위대함을 알것이며, 자기가 배움을 가춰야만 학문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라는것들을.....,
무너미를 지나 팔봉능을 오른다, 오랜만에 찾는구간이다, 초보산행 때부터 밟았던 바위며, 잘 생긴 분재송이며, 널부러져 뒹굴던 쉼터가, 늘 옆에서 팔봉능을 지키는 왕관바위며 어느한가지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네, 이제는 안개도 걷혀 사방팔방이 모두 내것이 된다, 몇 천년이 흘러도 내것이 될 것이다.
오봉에서 산친구를 만나 여간 기쁘지 않다, 논어 학이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이 아니 기쁠수가 있을까?)”에서 말한대로 너무너무 반가워 헤어지기가 싫었다, 그리고 가장 조망이 좋은 정상에서 쉬어간다, 마침 옆에 앉은 젊은 여자산객의 라디오에서 낯익은 노래소리가 들린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잠결에서 들은것같은 환몽음률이 흘러나온다, 외로움의 춘정이 사그러진다, 너무나 황홀하고 그윽하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고,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팔봉끝자락, 서공과 같이 앉았던 멋진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잠시후 옆에앉은 노신사의 노래소리는 “신사동그사람”이다, 조금 시끄럽지만 정상의 여유는 모든 것을 감싸지 않는가? 그런대로 구슬프다. 건너편, 팔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한낱 작은개미 만큼이나 옹졸해 보인다, 방금전의 내모습이 그러했었으리라.....,
송신소를 지나 오봉능선을 따른다, 마침 엠비씨헬기가 머리위에 빙빙돈다, 9시뉴스에 혹시 짧게깎은 내머리가 나올것같아 손발함께 흔들어댄다, 사거리에서 한무리의 단체산객들을 만난다, 대략 15명 정도였는데, 남자는 예닐곱명?, 그런데 남자들 하는말이 우습다, “야, 이젠 우리 회비를 깎아주던지 해야되지 않니?, 에이, 다음에 해달라고 하지, 참, 깎는대신 남자들이 정성껏 하산후 서빙을 하면되지?, 바로앞서가는 여자산객이, 획돌아보면서, 야야야,머스마들아, 곧 그런때가 올 것이다,” 참 세상 많이 변했네.
오봉을 거처 학바위로 내려선다, 선술집마냥 늘 개업중인 초록텐트속엔 춘향내음이 코를찌르고 웃음소리 또한 신비롭다, 빼꼼히 구멍뚫어 보고싶다,,,,, 야영장 약수는 흐른다, 잠시 시간을 비껴간 듯 흐르는데, 피어나던 삶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단아했던 님들의 손길은 찾을수가 없네그려, 세월이 밉다.
무너미로 내려서고, 혼자만의 숲길, 행복의길로 접어든다, 또다시 주인잃은 약수터를 보듬으며 산중기인이되어 국기봉에 오른다, 철시한 야시장처럼 이곳역시 썰렁하다, 술취한 염치없는 사람들만 있기에 걸음을 재촉한다, 마당바위의 “엿먹어라,할머니”를 뵙고 삼막사로 달린다.
사자바위 뒷길을 걸으면서 짧지않은 나만의 멋진 산행을 접는다, 예닐곱시간쯤 걸렸나, 서공, 같이못해 미안하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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