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삼성산과 함께한 사색여행
동장군이 설쳐댄다 세상이 모두다 얼어붙은양 호들갑이다, 차라리 가슴속깊이 처절한 한기라도 서려봤으면 좋으련만, 화산재속에 비친 불덩이 같은 몸부림으로 산을찾는다, 늘 다니던 대로 사자바위(제2전망대)능선을 따른다.
포효하는 사자 갈기같은 암릉을 오른다, 새로 단장된 쉼터테크를 지나 정상에 선다, 쾌청하여 송도앞바다와 대부도, 멀리 강화도의 마니산까지도 조망이 가능하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지만 탁트인 자연의 너그러움에 나도 여유있게 뜨거워진 심장을 파란 창공에 드러낸다, 발아래 펼쳐진 경인교대건물이 마치 고립된 수용소같은 느낌에 상쾌한 산여행의 맛을 떨어뜨린다, 자연의 파괴가 얼마나 잔인하고 회생불능의 천형이 아니던가?
빙판길을 걷다보니 삼성산의 주봉인 국기봉에 다달은다, 서울 서남권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소음과 공해의 혼탁한 저 거리에서 벗어난 나는, 오늘만큼은 시름잊은 멍한 어린아이의 천진하고 순박한 천사가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눈아래 삼막사의 전경이 고요하다, 하얀눈속 겨울사찰의 자비로움이 아닐까?
신라의 혜초스님은 천축국과 서역(인도와 폐르시아)여행에서 새로운 부처의 자비 세계에 동화된다, 불후의 명작 여행기를 저술하고, 다시는 돌아오지않는다, 그곳에서 영면한다, 이미 그분은 신라인을 떠난 세계인이 되었지 않은가? 고승의
가르침을 뒤로한 저아래 삼막사의 현수막 글귀가 편협하고 졸렬한 현승들의 가슴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여간 울적하지않다.
지난 태풍으로 망가진 노송 군락지를 내려선다, 등 기대고 드러눕던 너그러운 아름들이 노송들이 뉘어져 있고, 어떤것들은 뿌리채 뽑혀져 처첨하기기 이를데 없다, 언제나 적막 하기만한 상불암을 지나 마당바위 능선을 따르다가 중간봉에서
좌측 암벽을탄다, 30여분후에 수목원 후문에 도착한다.
목련숲을 지나고, 피톤치드가 왕성히 발하는 잣나무숲을 지나 호젓하고 상쾌한 등로를 가다가 헬기장에 도착한다, 넓은 공터에 가득쌓인 눈위에 어린애처럼 뒤로누어 자국을 만든다, 매주 이곳에 들러 관악,삼성산의 사계를 느끼는곳, 정말 포근하다, 나는 이곳을 “忘年亭”라 이름짓고 친구와 쉬어가던 참 조용한 곳이다, 하얀 가루눈이 세차게 내림니다.
이제부터는 가파른 경사길이다, 6봉에서 불성사를 우측에두고 분파되는 능선길이다, 암릉길로 위험이 따르지만 관악산 과 삼성산의 속살을 엿볼수있는 멋진 등로가 아닐까? 정상의 암릉에 올라서니 찬바람에 얼굴이 아리지만 저멀리 평촌신도시가 시원하다, 파란하늘에는 지다만 둥근달이 빼죽하다,잠시 서서 사색에 잠겨본다, 옛날 잉카인들이 슬프고도 처절하게 기원하던 태양제의 제단 같기도한 설한의 봉우리에서 나도 그때의 인간이 되어 내세의 그무엇을 간구해본다, 떨리는 가슴으로......,
위험구간을 따르다보니 어느덧 6봉에 닿는다, 아무도 없는 이곳역시 태극기가 찟어질 듯 바람이 드세다, 발아래 과천시가 멋지다, 저 멀리 말레이곰이 재롱피던 청계산의 아름다움과 힘차게 뻗어가는 광교산 능선이 장쾌하다, 매년 서너차레씩 산행했던 광청백바우청이 아니던가? 올해는 좀더 자주 찾아보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5봉릉까지는 대체로 편안한 길이다, 바람에 쏠린듯 제법 많은눈이 쌓여있다, 어머님 무명치마 자락같이 길게 쌓여있으니...,갑자기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내 모듬것을 시공을 초월해서 감싸주던 당신의 푸근한 치맛자락이 그립습니다, 잠시후면 바람에 쓸려가고, 사람들에게 짓이겨지고, 아니 내가슴속에서도 잊혀질 당신의 치맛자락이 이순간만은 영원하길 바랍니다, 너무도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내가 자식을 두고보니 부모님에 대한 불효에 회한이 사무친다, “논어”에도 있지않은가? “효” 란 “어머니가 자식이 병마 에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마음” 이란다, 또한 “자하”가 말했다.“선생님,부모상 3년은 너무 길지 않습니까? 1년이면 족하지 않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네 생각이 그러면 그렇게 하려므나” 하였다, 그러자 자하는 “정승판서도 3년공백은 나랏일을 잊어버릴테고, 악공도 3년이면 음율을 잊을테고, 농부도 곡식 가꾸기를 잊을것이 아닙니까? ”대꾸하니까 “공자님은” “예(仁) 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느니,,,,, 그래 너의 부모는 너를 뱃속에서부터 3년간을 애지중지 키워놓으니 고작 한두발자국 걸을뿐인데,,,, 부모죽어 3년상을 치르는 것이 그무슨 대수며 긴세월이란 말인가?” 하였다.
이윽고 통신대의 전파 흐르는 쇳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텅빈 공간에서서 오봉 갈림길로 접어든다, 바로아래 소나무밑에서 쉬고가던 곳인데, 이곳역시 태풍의 심술로 페허의 땅이 되었네...., 자연의 힘에 보잘것없는 인간의 능력에 새삼 연민의 정을 느껴본다, 군승바위를 내려 학바위능선을 따르고 왼쪽의 한적한 능선을 내려선다.
무너미 계곡길은 온통 하얀세상이다, 주먹만한 눈송이가 얼굴을 때린다, 하산객만 있을뿐 올라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 그냥 무너미길로 올라설걸? 하지만 어쩔수없이 쉼터근처의 계곡을 건너고 화장실을 지나 국기봉능선을 따른다,어차피 눈길이고 위험하지만, 호젓함을 느끼고싶어 옆의 계곡길로 들어선다, 눈도많이 쌓이고 처음밟는 뽀드득소리가 너무나 상쾌하고 후련하다.
길은 지워졌지만 늘 다니던, 저절로 사색의 여유로움을 가져보던 곳이라 두려움은 없다, 단지 무너지고 고립된 처참한 약수터와 쉼터를 지나면서 늘 이곳에서 담소하던 옛어른들이 생각난다. 고단했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했던 분들이 이곳에 들러 약수터도 만들고, 청소하고, 우리들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곳이 아니던가? 이제 그분들도 다 떠나가시고 돌보는이 없는 이곳이, 정말 쓸쓸하고 슬퍼보인다.
게곡의 눈내림은 너무 조용하다, 바람 한점없이 내리는 아기주먹같은 눈송이가 참 탐스럽기는하지만 가야할 등로는 깊숙이 묻혀버린다, 사색의 산행길이 정말 좋다, 바위에 매달린 큼직한 고드름과 가까이에서 고목나무 쪼아대는 새들의 입놀림에 멀리 지나간 옛시절이 생각이나며, 내곁을 떠나간 모든사람들이 너무 보고싶고, 또한 만날 시간들이 가까이 오고있음을 조금은 알수 있을것같으니....,
조금 힘들다고 마음을 조리며 살아간들 뭣이 더 좋아지겠는가? 사마천은 천형을 받고도 부친의 유언을 지키고자 처참한 삶을 살면서 불멸의 “사기”를 완성하지안했던가? 친구 임안에게 보낸편지에서“사람은 한번은 죽지만, 어떤이는 그 죽음이 태산보다 무겁고, 또 어떤이는 새털보다 가볍다, 사람들이 어떻게 인생을 사는 방법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人固有一死,或重于泰山,惑輕于鴻毛,用之趨異也)”
주어진 속세의 인연에 따른 삶을, 그저 아무렇게나 살다가 사라질것인가(死)?, 아니면 사마천의 삶같이 가치의 일정에 따라 마감 할것인가(終)?, 아! 어떻게 남은 삶을 이어갈까?.....,내리는 눈송이가 파란 하늘을 가린 듯 내마음도 그무엇이 무겁게 내린다.
눈길을 내면서 국기봉에 오른다, 저녁때라 그런지 등산객이 하나도 없다, 바람이 하도 사나워 바로 내려선다, 삼막사로 향할까? 하지만 사찰입구에 너절하게(?)설치된 현수막이 싫어서,속세에 너무다가서는 것이 짜증이나서 시흥능선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빙판길을 내려서면 늘 시원하게 뿜어내리는 찬우물터에 도착한다, 시원한 물 한모금으로 등줄기땀을 식히면서 서울의 서남방면을 조망한다, 괴이한 석구상(石狗像)을 지나 유적지 한우물터에 발길을 멈춘다, 잘다듬어진 석축과 항상 고여있는 우물, 아마도 이곳이 서울을 방어하는데 필요했던 요새지였는지도 모른다.
의자가있는 쉼터를 지나 호암터널위를 지난다, 나는 이능선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다 지날때는 옷깃을 여미고 정성을 다해 인연없는 어느부부의 영혼을 위로하곤 한다, 몇해전 생활고로 인하여 부부가 함께 극단적 행동을 한 현장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그뒤로는 이곳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또한 숙연해지는 아픈 마음으로, 진정으로 그영혼을 위로하면서 내려서는 슬픈능선길이다.
솔향에 취하고 함박눈에 사색하면서 편안한 산행, 조용하고,여유로워 참 좋았다, 또한 가슴속 맺친 설움,뇌리에 박힌 조급함을 잠시 끄집어내고,반성하고,일탈도 해보면서, 슈퍼맨의 힘을갖길 기원하면서, 옴몸에 회한의 땀을 흘리고 또흘리면서 산행을 멈춘다, 어느덧 거대궁전 한마음선원이 발 끝에 가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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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 눈이오는 1월23일(일요일)
산행코스 : 삼성초교 - 2전망대(사자바위) - 삼성산국기봉 - 상불암 - 마당바위 - 수목원후문
군부대계곡 - 헬기장 - 6봉(국기봉) - 통신소 - 5봉군승바위 - 학바위능선 - 약수터
서울대방면 쉼터 - 진달래능선계곡길 - 국기봉 - 사거리 - 찬우물 - 한우물터 -
한마음선원(7시간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