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님 맞으러 / 2011.4.14>
사람은 각자 취향이 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치가 있느냐의 작은 논란거리로 가십화 될수있지만, 얻고, 늘리고, 쥐어잡는 욕망이 없는 것이라면 얼마나 향기나는 것일까? 버리고, 줄이고, 내뱉으니 쌓여지는 넉넉함이라면 또 얼마나 산뜻한 것일까?
나는 아무 생각없이 가고싶고, 가서 즐겁고, 또 가고싶어지는 산길이 왜이리 좋은줄 모르겠다, 오늘도 하던대로 히죽히죽거리면서 삼성산에 입산한다. 불교에서는 “평상심”을 최고의 경지에 오름을 말한다, 즉, 가장 편안한 마음이 부처가되는 참마음이다, 그래서 히죽거려도 평상심은 잃지 않으려한다.
나뭇가지마다 연두빛으로 변한 새부리같은 잎새, 짝찾는 즐거움의 해맑은 새들의 재잘거림,동토에서 치고 올라오는 풀잎의 거친 생명력등,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분홍빛깔 고운님의 자태가 보고싶어서, 머지않아 흩날려질 하얀꽃비를 그리면서 한발한발 즈려밟는다.
유원지 둘레길을 지나 수목원 후문에 닿는다, 어느 황당한 산객이 하는말, “낙성대역”에 갈려는데 도무지 방향감각이....?,무너미에서 반대로 진행한 것 같아 나도 웃음이 난다. 피톤치트가 흐르는 잣나무숲 아래는 몇일전에 식목한 듯 새로운 수종으로 바뀌어져 있다.
헌신발짝 표지기를 따라 헬기능선을 오른다, 건너편 초소에서 퍼져나오는 파란색 담배연기가 초병의 무료함을 달래듯 또렷하게 보인다, 단숨에 헬기장에 도착한다, 1시가 넘은 점심시간인데 잠깐쉬고 지나친다, 전에 서공과 함께 보정해준 노간주나무가 이제는 제법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오랜만에 불성사로 향한다, 불심이 엉망인 멍멍이의 위세에 마음졸이며 대웅전을 바라본다, 늘 이곳에서 느끼는것이지,
스님과 불경소리는 들은적이 없는것같다, 갈기세운 멍멍이와 조우만 하고 샘터로 간다, 겨울철, 찾아오던 간이식당은 오늘은 분홍빛 진달래에 들러싸여 눈부신 햇살로 포근함이 더한다.
좌사우사에서 망설인다, 에잇, 능선으로 기어올라 4봉에 선다, 지난주 내리 이곳을 지났건만 올때마다 그 수려함은 더해만 간다, 더구나 주변에 늘어선 진달래의 붉은빛은 하도 아름다워 차라리 한을 안고 사라져버린 여인네 허상같이 싸늘하기까지 하다, 젊은 여자산객 두명을 만난다.
서공같이 말주변이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대강 초보산꾼들을 데리고 능선길로 간다, 위험구간이지만 대체로 잘한다, 지네바위를 설명해주고 2봉옆 왕관바위로 간다, 젊은 남자산꾼이 정상에서 올라오란다, 그래 오늘은 한번 올라야지 하면서
우측크랙을 이용하여 거뜬히 오른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8봉능과 5봉능은 정말 멋진 풍경이다, 바위아래는 진달래 옆에서 아직도 여자산객이 기다리고 있다.
무너미에서 헤어지고 서울대 방면으로 향하다가 왼쪽능선을 따른다, 아뿔사, 암봉능선으로 간다는 것이 어찌하다보니 늘 다니던 능선이 아닌가? 포기하고 오르다가 희미한 왼쪽길이 있어 무조건 내려서고, 2개의 작은 능선을 오르내리니 내가찾던 암봉능선길을 만난다, 안부에 앉아 지나온 관악산 정기를 마음껏 들이킨다, 막걸리에 취하고 진달래꽃에 녹아본다, 들어누워 눈을 감는다.
가부좌를 틀고 붉은 석양을 멍하게 바라본다, 맹자가 말한 坐以待旦(밤새 새벽을 기다림)하는 마음으로 이제 나도 삶의 그무엇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하하, 정말 천금같았던 추억들이 담겨있는 내 머리 위로 바람은 부는데, 느껴지는 그무엇은 도대체가 허상일뿐이다, 진분홍 진달래만 흔들거릴뿐....,
텅빈 국기봉에 올라 석양을 마주한다, 나와 국기와 석양 셋뿐이고, 내숨소리와 태극기의 펄럭거림과 바람소리가 전부다,
나와 내 숨소리도 분명 이공간에서는 부질없는 또하나 공해물이 아닐까? 삼막사 휴지통 아래의 음험한 경삿길을 내려서, 계곡을 건너고 늘 다니던 사자바위 허릿길을 밟으면서 잠깐 인듯한 산행이 벌써 7시간이나 지났음을 알게된다,
오늘 비록 몸은 그냥 스쳐갔을지 몰라도 가슴과 머릿속에서는 분홍빛 진달래를 고운님으로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예쁜모습으로 속삭이며 함께했을 것이다, 그래서 늘 산행길은 즐겁지 아니한가? 초원과 함께하지못해 늘 미안함이 앞선다.
산행코스:안양사-화장실-수목원후문-관양동계곡길-헬기장-불성사-샘터-8봉중4봉-무너미고개-
체육시설 암봉능선-국기봉-삼막사-사자바위허릿길-유원지(약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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