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의 오케스트라
산행일자 : 2011년 7월 9일 토요일
혼자서 천천히, 물소리를 들으면서
산행코스는 늘 가던대로 : 삼성초교 - 사자바위능선 - 삼성국기봉 - 통신철탑 - 무너미고개 - 8봉계곡길 - 8봉정상 - 불성사 - 서울대후문길 - 무너미고개 - 마당바위 - 삼막사 - 사자바위우회길 - 삼성초교(7시간 산행)
새벽,아침의 장대비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뉴스는 전국적인 피해를 알린다, 잠시 소강상태이고,에라 작은 우산하나 달랑챙기고 11시경 산에 오른다, 새까만 구름이 바람따라 몰려다니고 우두둑 소낙비가 내리다 그쳤다 반복이다, 비에젖으나 땀에젖으나 마찬가지다, 힘이 들뿐이지만,
장마심술 인지 산행사람들이 거의 없다, 먼저 지나갔는지는 모르지만 등로가 휑하다, 간혹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힘들어하고 있다, 아마도 짙은 습도때문이 아닐까? 땀이 비오듯하지만 사자바위를 한걸음에 오르고, 학우봉은 피하고 사거리 안부에 도착하니 없었던 운동기구가 생겼다, 한무리의 산객들이 한중대담중이다, 하얀 막걸리통 여러개가 임자를 기다린다.
절고개를 지나 혼자서 국기봉에 오른다, 비는 멎었지만 희뿌연 날씨에 조망은 그리 좋지않다, 잠깐 목을 축이고 통신철탑으로 향한다, 옥상(삼성산 480M)에 오르니 바람이 시원하다, 멋진 젊은부부가 서 있다, 까마득한 옛날에 나도 이 모습이었을까? 추억하는 것 만으론 슬프다.
능선길로 무너미고개에 닿는다, 늘 붐비던곳인데 사람하나 아니 인적이라곤 전혀 없다, 사정없이 내리꼿는 물소리만이 여러갈래로 소리낸다, 멋진화음이다, 부지런히 8봉계곡에 도착한다, 말 그대로 장관이다, 한폭의 산수화요, 황홀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장이다, 커다랗고 곧으면서, 작고 삐뚤하고,
물보라 일으키고, 졸졸거리고, 멀리서 가까이서, 휘몰아치며 소리내는 폭포소리가 너무 좋다, 산중의 나무숲과 더불어 멋진 앙상불이 될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풍덩 뛰어들고 싶다.
혼자서 오른다, 물소리와 벗하면서,,, 절터의 구들이 나와야하는데, 마냥가도 너덜의 급사면이다, 수십번을 오갔건만,,,, 장맛비로 길이 없어진걸 상상이나 했을까? 바로 그거야!!!!, 산을 너무 가볍게 여긴 것이 아닐까, 도대체 무엇에 홀린 듯 생소한곳으로 오른다, 오직 나뭇잎사이로 비춰진 하늘만 바라보면서,,,
막상 올라서니 8봉바로아래 안부로 올라온 것이 아닌가, 늦은밤이었으면 낭패볼수도 있었을,,,아무튼 좀더 겸손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는 산행마음을 고쳐잡아야 하겠다, 나만의 쉼터인 8봉윗 암릉안부에서 늦은 점심을한다, 눈아래에 관악삼성산의 푸르름이 펼쳐진다.
불성사 방향으로가다가 인적이 드문 샘터로 내려선다, 이제부터는 맑은 폭포수와 더불어 산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풍부한 수량이 얼마나 아름답고 포만감을 주는지, 여유와 배려의 작은 약속을 가슴에 새기면서 수목원 후문쯤에 닿는다, 다시 우측으로 혼자서 계곡길을 따른다.
얼마전에 지나친 무너미에 도착하고, 약수터앞을 통과하여 계곡길로 올라선다, 3단4단의 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한다, 몇 명의 노산객들은 늦은시간인데 물놀이에 한창이다, 참 보기가 좋다. 9부능의 작은 물길을 지나 마당바위에 선다, 공양준비가 한창인 삼막사를 지난다.
절고개 사거리에서 둘레길인 계곡을따라 내려선다, 이곳또한 물소리의 향연이 석양의 아쉬움과 더불어 아늑하고 호젓하며 멋지다, 주말마다 걷는길이지만 오늘길은 습기에 촉촉한 시원함과 푸른솔향이 어우러져 시린 상큼함이 전해온다, 가끔 쉬면서 정담을 나누던 학우봉 계곡물은 주인없이 쓸쓸히 흘러내린다, 그리움이 솟는다.
안개와 구름, 나무숲과 계곡, 예쁜 폭포들,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가, 내 가쁜숨소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너무 감사했고 소중했다, 비록 혼자만의 산행이었지만 맑고푸른 땅과 하늘을 걸었고 수천년역사속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도 가슴과 머릿속에서 함께했다, 제우스와 아킬레우스 도 만났고, 스파르타와 토로이도 보았다, 이 얼마나 행복한 산행인가? 난 절대 혼자가 아니다. 산중 오케스트라도 이제 막을 내린다(7시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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