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기/근 교 산

삼성,관악산 둘러보기

하정초원 2012. 1. 21. 21:43

삼성산,관악산 둘러보기

 

산행일자 :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산행방법 : 늘 하던대로 혼자 다녀옴

 

아마도 오늘이 신묘년의 마지막 산행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산행에 나선다, 매주 2회씩 디니던 삼성,관악산능선 이지만, 오늘은 좀더 의미를 갖고파 능선과 계곡길로 빙빙돌아 다녀오기로 단단히 마음먹는다, 하늘이 뿌옇고 이슬비가 내린다.

 

사자바위에 오르니 산님들로 가득하다, 단체산행, 부부산행, 연인산행? 참 보기좋다, 무엇보다도 여유롭고 해맑은 얼굴에서 삶의 향내를 맡을수있어 좋다, 고향이 이 근동인지, 아니면 부모님이 떠나신 고향이려나? 남들은 귀향에 법석인데,,,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가는눈으로 바뀐다, 안개와 구름으로 가득한 삼성의 주봉인 국기봉에 선다, 고애같은 외로움이 가득안기며 국기의 펄럭임에 가슴이 무겁다, 몇해전만 해도 나도 고향을 찾았건만, 이제는 나의 껍질같이 그립고 냄새나는 영원한 고향인 부모님이 안계시니까, 눈물이 흐른다.

 

상불암의 멋진 썰매개의 눈빛을 받으며 천인암으로 내려선다, 절간앞에는 2동의 텐트가 처져있고 그속에서 산꾼같은 기도? 소리가 들린다, 빼꼼이 들여다 보고 싶지만 마음상할까봐 망월암으로 내려선다, 지난 눈사태로 멋진 노송이 상처를입고, 그래도 튼실한 노송들로 둘러쌓인 풍경은 가히 일품이려니, 늘 다가오던 중생도 , 처절하게 불경을 읽던 스님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적막하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걷는다, 30여년전 부터, 자식녀석과, 집사람과, 또는 이웃끼리 걷던 정겨운길 이다, 나무하나 돌하나 변한것은 없는데, 이곳을 지나갔던 나와 우리들은 많이도 변했네, 몸도,마음도, 모양도,,,, 역시 인생은 백의창구 라 하지 않았나? 너무나도 슬프다.

 

수목원 숲길을 지나 군부대계곡을 따르고 늘 쉬어가고 때론 밥도끓여먹던? 헬기장에 도착한다,건너편 군부대 초소의 초병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많은 추억과 희망이 저 머릿속에 있을까? 젊은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공터 눈자락에 글을새긴다,,,," 망년정"이라고...

 

이젠제법 몽글한 눈으로 바뀐다, 하얀눈을 맞으면서 멋진 암릉을 탄다, 마치 신들린 투우사 처럼, 용감하게 다가오는 흥분한 투우같은 암릉들이 내 좁은 가슴에 하나가득안긴다, 너무행복하다, 포만감이 느껴서 좋다, 눈아래 평촌벌이 복잡하게 출렁인다.

 

불성사를 바라본다, 8봉이 장막을이룬 산사는 어느새 하얀장삼으로 갈아입었다, 영산상회법회에서 부처님의 설법중 갑자기 하늘에선 수만송이 꽃송이가 내려오고, 놀란 군중들은 입을 벌리고, 잠시 법문도 멈추고, 침묵이 흐른뒤, 제자인 가섭의 그윽한 미소가 흐른다. 이미 가섭은 부처님의 사바세계를 깨우치고 부처가 되어있었다. 즉 법문을 듣지않더라도,,,, 이때부터 "선"의 시작이란다.

 

그래, 난 세상 성현들의 주옥같은 가르침을 많이도 접했거늘 깨우치기는커녕 겹겹으로 상처만 쌓여지니 슬프지 아니한가? 어느덧 6봉 정상에 선다. 과천벌이 청계산에 안기어 아늑하게 다가온다, 건너편 연주암의 독경소리가 들리는듯 고즈녁하게 설운파도가 인다.

 

8봉과 5봉을 지나 학바위봉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사잇봉 능선길을 따른다, 로프도 타고 암릉도 즐긴다, 뒤늦게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눈물겨운 장수약수터에 선다, 어수선하고 허접한 약수터가 안스럽게 보인다, 늘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삶의냄새가 진동하던, 다듬고 가꾸던 그옛날의 어르신들은 다 어디에 계십니까?

 

우거지약수터를 지나고 무너미고개 계곡길을 따르다가 진달래능선길로 들어선다, 남들은 하산길로 가는데,,, 나는 오늘도 또다른 계곡과 능선길을 오른다, 아무도 없는 나혼자만의 산길인데 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다운가? 나의 쉼터인 말바위 안부에서 잠시 쉬어간다, 눈앞에 서울대가 공룡같이 관악산을 뭉기고 앉아있다.

 

진한 커피한잔에 추위를 이겨본다, 작년에 간판에 써보았던 글귀가 지금도 그대로 있다, 커피내음에 취해 다시 읽본다, "不登高山 不知高也, 不臨深溪 不地厚也"(높은산을 오르지않고 산이 높은줄 모르고, 깊은계곡을 가지않고는 땅이 넓은줄 모른다/장자), 나는 이제껏 산과 계곡을 많이도 다녔는데,,, 아직고 그척도는 고사하고 의미도 모른다네, 참 불쌍한 인간이다.

 

4시30분이다, 서둘러 능선을 따라 국기봉에 선다, 주인없는 국기만이 처량하다, 늘 하산길은조용하고 적막하다, 아니 마음속에는 적멸하여 고요할 뿐이여서 참좋다, 이 느낌을 가지고싶어서 산을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행복하니까....

 

삼막사앞을 지난다, 아무도 없다 흰둥이만이 장작앞에 앉아서 깊은잠에 빠져있다, 행복해 보이고오묘해 보인다, 마치 현몽한 노스님같이... 너무 의젓하게 주무신다. 절고개를 지나 오전에 지나온능선길을 피하여 학우봉 둘레길을 따른다, 낮동안은 많은 산님들로 붐볐을 이길이 지금은 유령길같다, 어릴적 상여집앞을 지나가는 느낌으로 부지런히 길을간다, 그리고 아침의 들머리에 도착한다, 신묘년의 마지막 산행이 한결 즐거웠다, 2일이 지나면 임진년이다, 임진년에도 산은 그대로 있고,나무도 바윗돌도 온갖미물들도 그대로이겠지,,,, 나만 변해가고 있겠지.

 

산행을 종료하면서 신묘년 내내 안전하게 산길을 지켜줬던 나의 모든 인연들께 감사드리고 다가오는 임진년에는 나때문에 마음의 상처를입는, 깃털만한 서운함을갖는 사람들도 나타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진의 흑룡이시여!!!! 고요한 세상이 펼쳐지는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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