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연주암에 서서
산행일자 : 2012년 3월 12일 화요일,맑음(바람강함)
산행코스 :
과천 종합청사역, 야외주차장 ~ 산행들머리 ~ 철탑능선 ~ 연주암 ~ 전망대 ~ 관음사 ~ 사당동(산행시간 : 5시간)
<산 행 소 감>
새벽녘 전화벨이 울린다, 친구 목소리다, "야! 오늘 우리 산행하자, 바쁜일 다 미루고 산이나 오르자"며 몇시까지 나오란다. 그냥 통보다, 그래 어찌 우리가 무슨놈의 절차와 이유가 있었던가? 하루 땡땡이 치기로하고 합류해야지, 그리고 답답한 마음, 산에 푸념하고 위로라도 받아야지....하면서.
과천종합청사로 나선다, 옛날 초원과 둘이서 갔던 등로를 따른다, 구세군교회 가기전 소형 주차장에서 바로 이어진 등로는 뚜렷하다. 한참을 지나 절터근처에 도착하면서 능선에 우뚝선다. 자주다녔던 6봉능선과 8봉깃봉, 그리고 가야할 철탑능선의 암릉들이 우람하다.
4개월만에 만남 친구들, 무슨 할말이 많은지 귀가 괴로울 정도다, 그래 한 세월 불꽃같은 삶들인데 어찌 할말들이 없으랴? 가섭의 미소가 출렁이는 저 멀리 연주대의 암자를 바라본다, 아니, 탐욕의 중생이 절규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한낱 소용없는 미물이 되어 바위틈을 오른다.
송신소 갈림길에서 연주사로 접어든다, 양지바른 요사채 마루에 걸터앉은 산꾼들의 여유로움이 참 좋아 보인다, 혹시 독경소리에 심신을 맡겼는지 미동도 없다, 고요하다, 봄 햇볕은 토방을 넘고있다.관악산의 정상, 연주대에 오른다, 멀리 서울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2년전 수원 광교산에서 출발한 강남7산 산행시에, 깜깜한 밤에 혼자서 막걸리 한잔에 연주대의 향내를 맡으면서 나 자신을 학대했던 일이 생각난다, 잊고싶은 일이지만 왠지 자꾸 그리워서 가슴이 뭉클하다.그래 자식놈의 삶은 자기몫이지 내것이 아니거늘 왜 그리 연을 끊지못하고 괴로워하는지......
로프를 타고 능선을 따라 새로 설치된 전망대에 선다, 제법 많은 산꾼들이 쉬고 있다, 굵은 땀을 닦으면서 한마디씩 하신다, 세상에 대한 불평이다, 아니 상실감에 대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탐욕에 대한 저주인지도 모른다, 모나고 격한 말이지만 하나도 틀린말은 아닌것같다.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받아 자기들끼리 잔치하고 몇조원의 이익을 올린 은행들의 더러운 탐욕, 코묻은애들의 통신비까지 쥐어짜낸 거대 통신회사들의 추악함, 국민들의 마음까지 훔쳐간 정유회사들의 몰골 ,은익된 거금을 더 달라고 싸우는 부자님들의 추태, 손실을 내고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공기업, 국민의세금으로 연금을받는 공무원들,,,,, 가면을 쓴 숱한 사람들........ 참 가슴이 슬퍼진다, 침을 뱉고 싶다.
일반 국민들의 멋진 체력 단련장을 지나고 관음사에 도착한다, 잠시 가졌던 분노와 저주, 상실과 체념의 어둠들을 저 풍경소리에 묻혀 날려보낸다, 조금은 기쁜마음으로 경내를 내려서고 사당동에 도착한다,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모두 흥에 겹단다, 아주 좋은 산행이었단다. 5시간의 단꿈, 그건 분명히 아름답고 귀한 시간이었다, 다시금 이 시간들을 버리지 않고 고히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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