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도시 근교 명산종주] 충북 천성장마 르포
- “아주 힘든 백두대간 한 마디에 맞먹는다”
천태산~대성산~장령산~마성산 연결하는 기복 심한 능선길 26km
- 백두대간과 정맥 종주에 이어 도시 주변 산의 장거리 종주산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등산 마니아 사이에서 불고 있는 이러한 바람은 하나의 유행으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부담이 적고, 거주지에서 멀지 않아 시간을 내기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강도는 백두대간 종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바쁘고 성질 급한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산행 패턴이라 하겠다.
특히 대도시 주변에 장거리 종주 산행 코스가 잘 발달되어 있는데, 이는 그만큼 산행을 즐기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외곽을 연결한 ‘불수도북’과 대구의 ‘가팔환초’, 대전의 ‘보만식계’는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이런 유명한 곳 외에도 숨어 있는 만만치 않은 종주 코스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충복 옥천과 영동의 천성장마(天聖長馬) 역시 비교적 덜 알려진 능선종주 산길이다.
‘천성장마’라는 명칭은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에서 시작해 옥천군 옥천읍 마성산까지 이어진 능선 상 주요 4개 산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충남 금산군 제원면과 충북 영동군 양산면 경계를 이루는 천태산(天台山·714.7m)에서 시작한 이 산길은 북쪽의 대성산(大聖山·704.8m)과 장령산(長靈山· 654.5m)을 거쳐 옥천읍의 마성산(馬城山·497m)까지 연결된다. 천성장마 능선은 도상거리 26km가량으로 순수 산행에만 13~15시간이 소요된다.
천성장마 산행은 백두대간의 깊은 산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도시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고 능선을 지나는 임도가 한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천태산을 제외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곳도 거의 없어 분위기가 호젓하다.
천성장마는 영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용희(徐龍喜·66) 법무사가 개척한 종주산행길이다. 이곳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존 산길을 연결하며 코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잡목이 우거진 여러 구간을 개척자가 전지가위와 톱을 들고 다니며 산길을 냈다. 한 사람의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 낸 코스인 것이다.
“그렇게 유명한 코스는 아닌데, 천성장마 이야기는 어디서 들으셨어요?”
영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서용희씨는 오히려 천성장마에 관심을 보인 본지 취재팀이 대견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개척한 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긴 지도를 꺼내놓고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위험한 구간부터 탈출로와 소요시간까지 정확한 데이터가 다 나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척자와 동행하는 산행은 불발됐다. 최근 건강이 나빠져 장거리 산행은 무리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지만 산길이 좋아 몇 군데만 신경을 쓰면 어렵지 않게 종주가 가능할 겁니다. 잘 소개해서 여러 분들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 1 여명 속에 산줄기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헤드랜턴을 켜고 걷고 있는 취재팀. 2 천태산을 찾는 산꾼들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암벽코스. 3 천태산 오름길. 날씨가 추워지며 안개가 걷혀 조망이 좋다.
- 천태산 올라 일출 감상
그의 설명에 의하면, 천성장마 산행은 일출 1시간30분 전에 출발해 천태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것이 그 첫 단계다. 그 다음 대성산과 장령산을 거쳐 마성산을 오른 뒤, 옥천읍의 삼성산을 거쳐 가화현대아파트로 하산하게 된다. 종주를 마치면 해가 긴 여름철에도 일몰 시각을 넘기게 된다. 때문에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당일산행은 무리다. 취재팀은 천성장마를 두 구간으로 나눠 이틀에 걸쳐 답사하기로 했다.
첫째 날, 해가 뜨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였다. 서용희씨의 산행파트너인 정태현씨의 도움을 얻어 숙소인 장령산자연휴양림에서 천태산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차를 천태산에 세워두면 하산 뒤에 돌아올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그의 도움은 정말 큰 힘이 됐다.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6시경.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실감났다. 일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이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꽁꽁 얼어붙은 도로를 조심스레 걸으며 영국사로 향했다. 고갯마루의 매표소를 지나 은행나무 앞에서 숨을 돌린 뒤 절 오른쪽 능선의 A코스로 접어들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 산길에서 여명을 맞았다. 해는 뜨지 않았지만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며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천태산 특유의 바위지대가 앞을 가로 막았다. 암벽을 타고 오르도록 굵은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곳을 우회해 점차 고도를 높였다.
정상으로 연결된 능선에 오를 즈음 서쪽 멀리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일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며 며칠 동안 계속되던 안개가 깨끗하게 걷혔다. 오히려 추운 날씨가 해돋이를 보기에 유리했다. 널찍한 바위 위에서 구름을 뚫고 오르는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깨끗한 일출은 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좋은 날을 택한 것을 자축하며 천성장마 종주를 시작했다.
천태산 정상석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돌아내려와 북쪽의 대성산을 향해 진행했다. 가마득하게 보이는 대성산으로 연결된 능선 위에 수많은 봉우리들이 솟아 있었다. 갈 길이 멀었다. 초입부터 가파른 내리막이 우리를 기다렸다. 100m가 넘는 고도를 내려서는 구간이었다.
천태산은 천성장마 종주산행 코스 가운데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이다. 즉 정점에서 시작해 차츰 고도를 낮추며 옥천까지 산길을 타는 것이다. 하지만 산길의 기복이 심해 적지 않은 체력이 필요했다. 봉우리와 안부 사이의 고도차는 크지 않지만, 크고 작은 봉우리 30여 개를 넘는 코스라 다리가 뻐근했다.
- ▲ 1 천태산 정상부에서 본 일출. 구름을 뚫고 오르는 붉은 해가 인상적이다. 2 커다란 정상석이 서 있는 천태산 꼭대기.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3 대성산 가는 길에 만나는 너럭바위. 시원한 암릉이 한동안 이어진다. 4 마성산 정상의 돌탑 옆을 지나고 있는 필자. 5 대성산 정상석. 장령산 가는 길은 정상석 직전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여 내려간다. 6 왕관바위, 장령산 능선에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자주 나타난다.
- 천태산 암릉 지나면 숲길 시작
천태산 정상에서 40분 거리의 바위지대는 좋은 전망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바위를 내려서는 암벽이 상당히 가팔라 주의가 필요하다. 천성장마 개척자인 서용희씨도 겨울에는 이 구간이 위험해 산행을 삼간다고 말할 정도. 튼튼한 밧줄이 설치되어 있지만, 20m가량의 암벽을 안전하게 내려서려면 상당한 팔 힘이 요구됐다.
암벽구간을 지나면 시원스런 암릉이 한동안 계속된다. 시야가 막힘없이 터지며 멀리까지 조망되는 곳이다. 하지만 바위지대가 끝나면 숲이 울창한 전형적인 능선길이 시작된다. 천태산에서 약 3km 거리의 감투봉(706m)에 오르면 서대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왼쪽으로 뻗어 있다. 이른바 장룡지맥(또는 장령지맥)이라 불리는 산줄기와 천태산 줄기가 만나는 곳이다.
천태산에서 종주를 진행할 경우 감투봉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야 대성산으로 갈 수 있다. 곧바로 뻗은 능선은 서쪽으로 휘돌아 서대산으로 연결된다. 감투봉에서 투구봉(706m)을 거쳐 대성산까지 가는 길은 숲과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시야가 터지며 개심저수지와 이원면 일대가 훤하게 조망된다.
대성산이 가까워지며 갈림길이 자주 눈에 띈다. 특히 동쪽인 이원면 방면으로 산길이 자주 나타난다. 천태산에서 대성산 사이의 능선에는 탈출로가 시원치 않다. 대성산에서 장룡산 사이도 마찬가지다. 천성장마 산행 도중 빠져나오려면 이 두 봉우리까지 진행한 뒤 내려서는 것이 유리하다. 중간에 서쪽으로 보이는 샛길은 금산 쪽으로 이어지는데 교통이 좋지 않은 지역이다.
대성산 정상의 커다란 산행안내판 앞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그리고는 안내판 왼쪽에 보이는 내리막길로 방향을 잡았다. 장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이렇게 주능선 같지 않은 곳이 몇 군데 있다. 대성산에서 500m 거리의 갈림길 역시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곧바로 뻗은 내리막길에서 왼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리본이 많이 달려 있긴 하지만 특별한 이정표가 없어 헷갈리기 쉽다. 개척자 서용희씨가 붙인 ‘박달령’이라 쓴 노란색 리본이 있다면 천성장마 코스가 틀림없다. 대성산 북쪽의 갈림길에도 이 리본이 달려 있다.
대성산과 장령산 사이는 비교적 산길이 완만하다. 봉우리의 씨알이 작아지며 500m급의 고만고만한 산이 연달아 나타난다. 벌목을 해서 쓰러져 있는 나무가 자주 눈에 띄며 숲이 짙어 조망은 별로다. 특별한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산길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박달령’ 리본이 좋은 길잡이가 됐다.
매봉(600m)을 거쳐 헬기장을 지나 긴 오르막을 통과하면 자그마한 표지석이 있는 장령산에 선다. 장령산 일대는 휴양림에서 산길을 관리하기 때문에 등산로가 양호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며 길이 미끄럽다. 내리막에서 여러 번 엉덩방아를 찧었다.
휴양림에서 설치한 안내판을 보며 북쪽 사목재로 향했다. 중간에 왕관바위와 거북바위, 틈새바위 등 기암지대가 나타난다.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남다른 구간이다. 용암사 갈림길과 산불감시탑이 있는 곳을 지나니 갑자기 고도가 뚝 떨어지며 사목재로 내려섰다.
사목재는 천성장마 산줄기 가운데 유일하게 도로가 지나가는 곳이다. 옥천에서 장령산휴양림으로 연결되는 지름길이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승용차는 다니기 힘들다. 사목재로 내려서니 이미 하늘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거의 12시간을 걸었지만 천성장마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길이 미끄러운데다 체력 소모도 심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다. 사목재까지 오면 어려운 구간은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상태라 남아 있는 산길을 걷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음날 아침 승용차로 용암사로 가서 주능선에 오른 뒤 다시 사목재로 내려섰다가 마성산으로 올랐다. 임도를 지나면 시작되는 긴 오르막은 숨이 막힐 정도로 가팔랐다. 이 구간을 통과하자 조망좋은 능선길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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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도시 근교 명산종주] 충북 천성장마 르포
- “아주 힘든 백두대간 한 마디에 맞먹는다”
천태산~대성산~장령산~마성산 연결하는 기복 심한 능선길 26km
- 계속해 고도를 높이며 1시간 정도 오르니 돌탑이 서 있는 마성산 정상에 닿았다. 자그마한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봉우리다. 계속해 북쪽으로 능선을 타고 동평성지(東坪城址)를 거쳐 용봉(437m)을 올랐다.
용봉 꼭대기는 막임 없는 조망이 일품이었다. 옥천 시가지는 물론 남동쪽 멀리 김천 방면으로 민주지산, 삼도봉, 황악산 등이 고스란히 조망됐다. 이어 북쪽 능선으로 15분 내려서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 길은 옥천읍 양수리 마을회관으로 이어진다. 능선을 타고 진행하니 운동기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삼성산 정상으로 이어졌다. 이곳 역시 산성의 흔적인 돌무더기가 여기 저기 쌓여 있었다. 산 아래로 아파트단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작은 정자를 지나 오른쪽으로 급히 꺾이는 등산로를 따르니 엄청나게 급한 내리막이 나타났다. 그래도 주민들이 다니는 곳이라 튼튼한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급경사를 통과하니 천성장마의 마침표 역할을 하는 가화현대아파트가 나타났다. 도시의 건물이 이렇게 반가웠던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고된 산행이었다는 반증이다. 천성장마는 아주 힘든 백두대간 한 마디에 버금가는 강도를 지니고 있었다.
- ▲ 1 천태산에서 대성산 방면으로 1km 지점의 암벽구간. 눈이 쌓이면 위험한 곳이다. 2 천성장마 능선 길의 숲을 지나고 있다. 북사면의 내리막은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다. 3 천성장마 종주 코스 가운데는 숲을 지나는 곳이 많다. 4 박달령 표지리본은 길이 헷갈리는 곳에서 좋은 이정표 역할을 한다. 5 마성산에서 용봉으로 이어진 나지막한 능선길.
- 입산통제와 천성장마
대성산 구간만 입산허가 필요해
2월부터 5월 중순까지 봄철 산불예방기간으로 입산이 통제되는 곳이 많다. 천성장마 역시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행스럽게도 천태산과 장룡산, 마성산, 용봉, 삼성산 등 대부분의 천성장마 구간이 연중 통제 없이 산행이 가능하다. 대성산 구간이 문제인데, 주능선을 걷는 동안은 산행을 막는 곳이 없다. 하지만 대성산 지역도 입산통제기간 동안 합법적인 산행이 가능하다. 옥천군은 입산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입산허가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 당연히 입산허가를 받은 이들은 산불예방을 위한 노력과 감시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옥천군청 환경녹지과 산림조성팀 산불방지대책 담당(043-730-3475)에게 입산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 그날로 처리해 준다. 관련서류는 팩스를 통해 주고 받을 수 있다.
산행 길잡이 Guide 당일종주는 해가 긴 늦은 봄이 적기
천성장마 종주는 천태산에서 시작해 마성산을 거쳐 옥천으로 잇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역으로 종주할 수도 있겠으나 막판에 높은 봉우리와 암벽지대를 올라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천성장마 종주는 4월 말에서 5월 초가 적기다. 겨울철에는 해가 짧은데다 길도 미끄러워 전 구간을 하루에 끝내는 것은 무리다. 또한 한여름에는 너무 더워 체력소모가 심하고 탈진되기 쉬워 피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능선 위에서는 식수를 구할 곳도 없다.
- 천태산 주차장에서 일출시각 1시간30분 전에 출발하면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A코스를 이용해 정상에 섰다가 북쪽의 대성산으로 진행한다. 천태산에서 북쪽으로 30분 거리의 암벽지대는 경사가 급해 주의를 요한다.
천태산에서 대성산까지는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중간에 서쪽으로 두세 곳의 샛길이 보이지만 교통이 나빠 탈출로로 적합지 않다. 대성산 직전의 철탑과 꼬부랑재 하산로 삼거리에서 이원면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하지만 산길은 대성산에서 장령산 방향으로 뻗은 능선을 통해 윤정리로 이어지는 곳이 가장 양호하다.
대성산 정상의 안내판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서다 500m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는 능선을 놓치기 쉽다. 산길은 윤정리 방향으로 곧바로 이어진 능선이 훨씬 뚜렷하다. 특별한 이정표는 없고 숲으로 접어드는 왼쪽 나무에 리본이 많이 달려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대성산과 장령산 사이는 소로 수준의 산길이 연결된다. 눈에 띄는 리본도 적어지니 길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장령산을 지나면 산길은 뚜렷하게 넓어진다. 이후 사목재까지 계속된 내리막과 암릉의 연속이다. 장령산에서 사목재 사이의 능선에서 서쪽 휴양림 방면으로 내려서는 산길 3개가 나 있다. 사목재 직전의 산불감시탑 못 미처 능선 오른쪽으로 용암사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천성장마를 두 구간으로 끊어서 종주한다면 용암사를 중간 기점으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절 뒤편의 능선을 타고 사목재로 내려선 다음 마성산을 오른다. 사목재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길이 험해 승용차는 접근이 어렵다.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는 등산객은 용암사를 통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목재에서 북쪽의 능선을 타고 15분 오르면 330m봉의 헬기장에 닿는다. 이곳을 통과하면 바위지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그러나 이 지역은 산불이 크게 나서 풍광이 삭막하다. 능선을 타고 약 30분이면 마성산 정상이다.
마성산에서 북쪽으로 45분쯤 가면 능선사거리 안부인 망지미고개에 닿는다. 이 고개에서 오른쪽(동쪽) 길은 대천리 망지미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망지미고개에서 계속해 북쪽으로 20분 진행하면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동평성지를 오른다.
동평성지를 뒤로하고 20분이면 작은 공터에 삼각점이 있는 용봉 정상에 닿는다. 용봉에서 계속해 북쪽으로 15분 정도 내려서면 삼거리에 닿고, 오른쪽 길로 20분 내려서면 양수리 마을회관 앞으로 내려선다. 계속해 능선을 타고 삼성산을 오른 뒤 가화현대아파트로 내려서면 종주는 끝난다.
천태산 주차장에서 출발해 영국사~천태산~대성산~장령산~사목재~마성산~동평성터~용봉~삼성산~가화현대아파트로 이어지는 천성장마 종주는 도상거리 26km, 실제 거리 30km 이상으로 산행에만 11~12시간이 소요된다. 준족의 경우 10시간 이내로 산행을 마친 기록도 있으나, 충분한 준비와 경험이 없으면 매우 고통스럽다. 봄철 기준으로 1인당 3리터 이상의 식수를 준비해야 무난히 완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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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 도시 근교 명산종주] 충북 천성장마 르포
- “아주 힘든 백두대간 한 마디에 맞먹는다”
천태산~대성산~장령산~마성산 연결하는 기복 심한 능선길 26km
- 교통
일단 옥천이나 영동으로 간다. 산행기점인 천태산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천성장마를 마치고 다시 천태산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차편이 마땅치 않다. 옥천에서 이원면까지 수시로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해 이동한 뒤, 이원면 택시(043-732-4830)로 천태산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저렴하다.
옥천이나 영동에서 택시를 대절하는 것이 비용은 조금 들어도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영동역이나 옥천역에서 천태산까지 미터요금이 2만 원이 넘게 나온다. 장거리라 택시를 타기 전에 미리 요금을 물어보고 타도록 한다.
영동에서 출발해 누교리를 왕복하는 버스가 하루 6회(영동 출발 시각 06:20, 08:10, 11:00, 13:10, 16:50, 19:10) 천태산 입구를 경유한다. 40분 소요, 요금 2,700원. 양산면 소재지에서 천태산 주차장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1일 2회(12:00, 14:10) 운행한다.
서울역에서 옥천역을 경유해 동대구·부산으로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한다. 1일 15회(05:50~19:43) 운행. 주말 기준 요금 1만1,500원. 약 2시간20분 소요.
부산역에서 옥천역으로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1일 10회(05:10~23:00). 이외에 순천 발 08:00, 해운대역 발 07:45, 16:30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 이용.
옥천역 기차 시각이 일정과 맞지 않을 경우, 대전역이나 대전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해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전~옥천 간을 운행하는 607번 시내버스(고속버스터미널~대전역~세천동 경유)가 평균 10분 간격(06:20~22:35)으로 다닌다.
옥천→장령산자연휴양림 1일 4회(06:30, 09:30, 14:30, 18:30) 운행하는 금천리행 버스 이용, 종점 하차. 자연휴양림→옥천 1일 4회(06:50, 09:50, 15:00, 19:00) 운행. 용암사는 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한다. 휴양림도 택시가 편하다. 미터기 요금을 받으며 옥천역~용암사 7,000원, 옥천역~장령산자연휴양림 1만2,000원 선. 대청 콜택시 080-731-8800, 080-732-8800, 080-733-8800.
숙박 (지역번호 043)
천태산 주차장 부근에 민박집과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서 하루를 묵고 새벽에 산행을 시작하면 편하다. 푸른산민박(011-406-1002), 용빈식당(744-4668), 천태산맑은물민박(745-2939), 통나무집(744-2507) 등이 있다.
마성산 서쪽에 위치한 장령산자연휴양림이 시설이 좋고 조용하다. 옥천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그리 멀지 않다. 다른 휴양림과 마찬가지로 주말에는 예약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평일에는 늘 여유가 있다. 펜션에 버금가는 고급 시설을 갖춘 산림문화휴양관의 4인실 이용료가 성수기 6만 원, 비수기는 4만 원. 주차료 소형 2,000원, 대형 4,000원. 홈페이지 http://jaf.cbhuyang.go.kr 문의 730-3491.
맛집 (지역번호 043)
- ▲ 옥천민물매운탕의 도리뱅뱅이.
- 옥천과 영동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로는 올갱이를 꼽을 수 있다. 또한 강이 가까워 매운탕과 도리뱅뱅이를 취급하는 곳도 많다. 옥천 입구 삼양사거리에 위치한 옥천민물매운탕이 지역 사람들에게 평이 좋다. 모듬매운탕 5만 원(대), 3만8,000원(중), 2만6,000원(소), 도리뱅뱅이 6,000원. 장어구이도 잘한다. 문의 731-2725.
명소
용암사 | 옥천 제일의 일출 명소
- ▲ 용암사 쌍삼층석탑.
- 장령산 동쪽자락 중턱에 자리한 용암사(龍岩寺)는 신라 진흥왕 13년(552)에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절집은 최근에 지은 것들이지만, 보물 1388호인 쌍삼층석탑과 마애불은 천년이 넘는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용암사는 옥천의 일출명소로 꼽는 동시에 차로 오를 수 있는 천성장마 주능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용암사에서 바라보는 여명과 일출, 운해는 절경이다. 평일에도 동트기 전부터 전국의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간절기에 더욱 많은 작가들이 이곳을 찾는데, 운해가 자주 깔리며 극적인 일출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월간 "산"에서 / 글 김기환 차장 사진 염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