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9.8.1(토) ~ 8. 2(일)
산행날씨 : 맑음, 안개, 구름,흐림
산행시간 :
성삼재출발(03:20) - 노고단(03:50) - 연하천(7:05) - 벽소령산장(08:14) - 세 석 (10:40) - 장터목(11:52) - 천왕봉(13:00) - 법계사(14:20) - 중산리(15:30) (사진속날짜는 오작동으로 실시간과 다름)
산행동기
- 문득생각하니 8월초하루,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 같고, 그래서 아무 준비없이 혼자서 지리산을 찾았다. 그러고 보니 우d연 인지 3년째 같은날 이곳에 온꼴이 되었네..
- 빵2개와, 과일2개, 물병하나, 우비한벌, 이게 준비물의 전부다, 옛말대로 단사표음이 아닐까? 하지만 머릿속은 능선길이 너덜만큼이나 어지럽고 중압하다.
산행소감 :
<< 성삼재 ~노고단 ~ 연하천 >>
- 들머리 성삼재는 새벽인력시장 같기도하고, 적지에 침투한 특수요원의 작전같이 보기에따라 무질서하게 보이며, 때론 절제되어 보인다, 반달 불빛이 참 보기가 좋다, 항상 새벽을 준비하는 대피소의 상큼한 풍요는 간곳없고,파장한 5일장의 뒷모습처럼 무질서하다, 취사장공포(?)에 눈을돌려 식수보충을 아예 포기하고 노고단으로 오른다.
- 이곳에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는다, 어제내린 비로 등로는 미끌고 밤새내린 이슬은 생동감을 준다, 특히 돼지령길 철쭉숲과 다듬어진 등로는 신선하고 여유롭다, 임걸령도 새벽파시다, 주변엔 사람들이 참 많다, 색깔있는 천막이라 옛것은 아닌것 같고, 급조된 장터(?)의 인스탄트 음식냄새, 숫가락,젓가락 마찰음의 쇳소리가 새벽의 고요를깬다, 그래도 샘물은 찌꺼기를 돌려놓고 졸졸 잘도 흐른다.
- 사랑방 같은 삼도봉, 운해에 갇혀버린 왕시루봉능선은 경이롭고, 현란한 꽃구름 춤사위에 변하는 반야봉은 마치 하얀속옷에 언뜻 비춰지는 여인네 속살같다, 평화롭고 정겨운 사람들의 만남이다, 토끼봉에 감춰진 일출의잔영,이슬물기 가득한 활엽수의 상큼함, 길게 내려진 수백개의 화개재계단길, 오늘 난, 이곳을 혼자서 다 소유하고 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 설화많은 화개재, 나는 지날때마다 이곳 가운데에 선다, 양편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좋다, 헬기장은 작은 야생화식물원이요,멋진 Photo 조망대가 있어 참 좋았는데, 오늘은 그 가운데에 천막과 비닐들이 널려있어 묘한 기분이 든다.
- 연하천!!!!, 인산인해다, 마당곳곳에는 돗자리,비닐,취사기구등으로 영역을 표시하여 샘터가기조차 힘이든다, 그냥 지나친다, 그런데 이번에는 등로양쪽에 많은 야영시설들이 혼재하다, 건조대의 비닐, 취사도구등, 이건 분명 넘침의 혼란이 아닐까?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대피소 >>
- 삼각고지 지나 고목이 서있는 포토라인에 선다, 운해에 쌓인 팔백 능선과 법왕골이 아름답다, 이곳부터는 조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4~7명의 대형배낭그룹이 많다, 이들을 추월할때마다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Slowlife의 부러움도 느낀다.
- 벽소령도 사람이 많다, 그냥지나쳐 덕평봉중턱에서 늦은아침을한다, 빵1개,참외하나, 물한모금 10분만에 끝내고 선비샘에 다달은다,이곳 역시 혼란하다, 야영시설이 그렇고, 샘물위에 버려진 머리샴푸백을 슬그머니 배낭에 쑤셔넣고 물병을 채운다, 대혼란!,조금은 우울하다.
- 주능구간중 조금 지루한등로, 지금은 연극이끝나 무대막이 내려진것 같이 어둡고 고요하다,안개와 검은구름이 지리의 얼굴을 삼켜버린다, 영신봉에 오르니 적막강산이고 세석대피소조차 보이질않는다,차라리 잘된것이 아닌가? 일그러진 모습들을 만나지 않은것을.....
<< 세석대피소 ~ 장터목 >>
- 세석늪지에 오르니 구름속이지만, 얕은물이 흐르고 수생식물과 곤충, 잘다듬어진 안내판, 보호시설이 눈에띈다, 늘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보니,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멋진곳”이구나 하는 생각이들어 공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그리고 생각해본다, 소황병산,신배령등 전국에 산재해있는 xxx보호 목적의 비지정탐방로도 더도덜도말고 이곳만큼만 상생할수있게 만들수는 없는지?, 무조건 법을 앞세워 못하게 하는것이 능사는 아니질 않는가?
- 구름에쌓인 촛대봉, 멋진모습은 숨어버리고, 산꾼들의 거친숨소리와 목구멍깊숙히 떨어지는 단물소리만 들린다, 이제부터 장터목까지는 주능선의 가장 평화로운 산길이다, 마음속의 또다른 나를 지워버리면서,철학입문의 들머리가된다.
- 장터목, 구름이 삼켜버린 건물은 보이지않고 공터에 둘러앉은 사람들, 말 그대로 전국구 장터다, 동무들,가족들,연인들,청소년들에서 화합과 호연지기가 꿈틀하는 한국적인 모습이다, 참 보기좋은 풍경이다.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 >>
- 제석봉 초원에서 천왕봉을 바라본다, 검은비구름속에서 헉헉하며 올라 오는 나를 보시고 있지는 않을까?, “저놈은 속세에서 이렇게 살았지?” 하는것 같아 잠시멈추고 단침을 꿀떡 삼켜버린다.
- 청소년 수련회인지? 청소년들이 많다, 통천문은 적체현상이 심해 기다리다 하늘에 오른다, 역시 정상도 인사인해다, 동서남북이 모두 구름속에 감춰버린다, 보이는것은 표지석을 감싸안은 무질서다, 심정은 이해 하지만 양보또한 소중하지 않은가?
- 중산리 내림길, 지친몸으로 비에젖은 너덜길은 고욕이다, 세 번째로 내려오지만 그때마다 후회했던 곳이다, 오늘만큼은 뒤에 펼쳐진 천왕봉을 바라보며, 계곡의 바람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즐겁게 가려한다. 법계사 일주문에 들어서는 굵은 주름의 노보살의 얼굴에서 삶의무게를 느낀다, 새로 만들어진 샘터에서 목을축이며 기원해본다, “찰라의 삶이 지만 후덕한 자비의 세계로 다가서기를”....
- 야영장을 지나면서 중산리 허만수님상에 도착하여 잘다녀왔음을 고하고 오늘의 산행을 종료한다, 대형버스주차장 바로 아래서 간단히 몸을씻고산행여정을 유추해본다, 분명 달라지는 것들이 있었다.
- 등로는 현대식으로 바뀌고, 핸드폰 통화지역이 광역화되고,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단위산행이 많아졌고, 그리고 대형배낭꾼들이 많아졌고, 야영객이 많아졌다, 특히 야영, 이해는 한다, 넘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일찍 철수했으면 더더욱 좋았을것이라는 미련이 남는다, 아무튼 산행중 만난 자연물과 여러 산님들의 인연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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