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하고싶은 이야기

그래도 파란 하늘이었다

하정초원 2023. 12. 27. 20:32

 

날짜 : 2023년 12월 23일 (토)

동행인 : 초원

 

긴긴 터널속 같은 미로를 빠져나와 사람냄새 가득한 시장통 같은 세상을 보고싶었다. 높은 강남골 신전에서 아스클레피오스 를 뵙고나니 이조의 육조거리와 궁전을 걷고 싶었다. 일박서산 이니 발길 닿는대로 사람의 나라로 향했다.

 

즐겨찾던 정동거리는 스산했고 시청사에는 제단과 운동장 그리고 소원의 트리가 조화의 멋을 잃고 있었다. 젊은시절 숱한 추억이 묻어있는 소공동 지하도를 지나 명동입구에 선다.

 

인파와 포차가 어우러져 사람냄새가 진동하는 명동길을 걸었다, 옛 국립극장 주변엔 숱한 금융회사가 있었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었지....그때엔 거의 모든회사들이 "하루자금"으로 연명할때도 있었거든...., 또한 체류가스 산발할때는 분노의 노래도 합창한 자칭 "넥타이부대"의 추억도 있던 젊음의 거리였다.

 

명동 성당을 오르며 내 허물을 뒤적이고 "루루드 의 성모동굴(Our Lady of Lourdes)" 에서 참회와 바램에 진심을 다하려했는데....지금 네게 지워진 천형과 헤매임도 신께서 주신 선물이거든 섭리이며 운명이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드린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 순교자들의 숨결이 폐부에 닿으며 신비스런 경험에 행복했다, 뒷면에 있는 "성모무염시태" 의 성모님께 고마움 과 소원을 말씀드리며 존경의 촛불을 올렸고,  순교성인5인과 순교자 4인이 묻히신 지하성당에서 묵주의 기도를 고요하게 깊히 드렸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성탄의 즐거움을 마음껏 즐겼다. 이세상 가난한 모든사람들에게 평화와 사랑이 넘쳐나기를 바라면서 명동거리를 내려서서 시청의 대형트리에 우리가족의 소원 편지를 써 붙히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레이져 불빛쇼가 황홀했고 찬란한 조형물의 광채가 다른 세상이 열리는것 같았다. 오늘 만큼은 베아트리체가 안내하는 천상의 낙원을 주유했던 행운이 있었지만 머지않아 베르길리우스가 다른 세상으로 이끌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늘을 보니 낮에본 파란 하늘은 어디론가 지나가벼렸다..... 아름다운 성탄의 주유였지만.... 내년에도 내게 파 하늘을 보여줄수 있을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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