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기/국 내 명 산

용문산을 오르면서....

하정초원 2022. 9. 25. 16:08

용문산 이별산행....

산행일자 : 2022년 9월 24일

산행날씨 : 맑고 푸르른 날씨

산행방법 : 혼자서.........

 

산행구간 및 소요시간

휴양림(08:39) - 두리봉(09:10) - 백운봉(10:25) - 사나사갈림길(10:55) - 함왕봉(12:10) - 장군봉(12:33) - 용문산(14:15) - 마당바위(15:35) - 일주문(17:00) / 총8시간21분 소요

 

산 행 소 감

청년시절부터 10여번이나 용문산에 올랐다, 병풍처럼 둘러쌓인 수려한 봉우리와 암릉, 고찰과 멋진 계곡들...그리고 용문산의 전설과 史實, 한국전쟁 혈흔이 아직 배어있는곳.... 이 아름다운 용문산 줄기의 종주산행을 오늘로 마감하려고한다,

 

시간이 너무 흘러 가슴으로만 추억해야 할 때가 왔으니까,  전철의 창가에 비친 양수리의 환몽같은 물안개를 보면서 노란은행잎의 향기가 좋아 龍門에 들던 그때 감동이 눈에 부시고 가슴에 벅차오른다., 오늘 마지막 내 채취를 맡기위해 걸어간다. 

 

백운봉 들머리(직진은 천년약수터방향, 우측은 두리봉 방향)
두리봉(579m), 표지석은 없으며 옆에 돌탑이 있음
헬기장(멋진 산박지)에서 본 백운봉
그리움을 솟게하는 구절초
까실 쑥부쟁이(?)
두리봉, 강건너의 앵자봉도 보인다.
추읍산

백운봉은 늘 천년약수터로 올랐는데 오늘은 두리봉을 향한다, 급사면에  힘이든다, 텅빈 숲속이 평온하지만 '野猪'들의 조우도 염려된다, 얕으막한 두리봉과 쾌적한 헬기장에 서니  한국의 마테호른 '백운봉'이 우뚝하다,

 

주변의 쑥부쟁이는 내 누님같고, 흰 무명옷 입으신 어머니 모습같은 하얀 구절초는 내게 무슨 말을 전하려 하는데 알아들을수가 없네.....백운봉에는 멋진테크에서 두젊은이의 산상만찬이 있다, 참 부러운 모습이고... 하늘은 파랗고 높았다, 가섭봉,용문,천사,중원, 도일봉,유명산 멀리 가평의 운악산과 화악산도 아득하게 다가온다,

 

저 아래에서 6.25승패의 분수령이 된 용문산 전투현장, 무도한 사이비교 '백백교' 의 흔적이 차디찬 산바람에 실려오는듯 오래지 않은 전설이 들려온다.오래전 걷던 한강기맥길이 마루금되어 이어져 간다.

 

백운봉 통일암
한국의 마테호른 " 백운봉)"
파란하늘, 백운봉 이정표
용문산 가섭봉, 옆에 용문봉, 천사봉이 보인다

장군봉 가는길... 오르내림이 힘겹다, 인연있는 형제샘터는 잘있는지?...암릉에 핀 구절초가 외롭다, 하얀 몸짖이 제 맘을 만지려 하길래 가슴속 문빚장을 열어 버렸네...숲속 도토리 나무는 숨죽이며 툭툭 2세의 생명을 키우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었던길, 함께 보았던 꽃,미소, 이제는 옅어지려는 그때의 대화들... 그리움에 목울음 삼키며 걸었지... 이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을....사나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에, 주막같은 장군봉은 넓은 테크 전망대가 설치 되어있어 한 여름밤 별구경을 하고싶은 명소 같다.

 

사나사 갈림길
함안봉 오르는 암릉위에 핀 구절초
양평시내와 남한강
유명산 의 활공장, 멀리 운악산이 보임
함안봉
장군봉 안내판, 장군봉에는 넓은 테크 전망대가 설치됨
장군봉(1,065m) 표지석

한강기맥 갈림길을 지나며 너덜길 옆에 핀 투구꽃은 진객이었었다, 보랏빛깔의 예쁜꽃이지만 범접못할 독성이 있단다, 몸이 약간 불편한 어린이 와 함께온 중년의 산꾼, 건너편 용계,조계의 협곡만큼이나 심려많은 눈 주름이 마음 아팠다, 잔뜩 칭찬해 줬더니 해맑은 얼굴의 어린이... 로마병정의 강한 투구같은 저 투구꽃을 아이에게 씌워주고 싶었다. 건강해지기를.....

 

가섭봉 오르는 계단길... 동절기 산행때에 철조망에 핀 상고대가 얼마나 멋졌던지....늘 같은 자리에서 지켜줬던 군부대 철조망에 감사한다, 아늑한 가섭봉 은행잎 밑에서 한참을 멍 때렸다. 가섭은 영산에서 흩어지는 꽃잎만 보고도 부처의 속뜻을 알아차렸다는데... 훗날 선종의 시조가 되었다고 했는데....백수를 서너발 건넌 어른을 뫼시며 나날이 여위어가시는 그 이유와 처방을 모르니 내게도 가섭의 지혜스런 미소를 달라고 욕심도 부려 보고 싶었다.

 

처음 왔을때는 완벽한 군훈련막사 였는데....
오이방풀
투구꽃
산수국의 자진
투구꽃
용문산 주봉 "가섭봉(1157m) 표지석
용문봉,중원산,도일봉
늘 맞아주었던 군부대 철조망, 한겨울 철조망에 핀 상고대는 환상적임
오이방풀
산꾼들의 시그널장
오이방풀 과 구절초의 합창
내어머니같은 구절초

내가 경험한 최악의 3대 내림길은...설악 마등령 내림길, 지리 천왕봉 내림길, 그리고 용문산 내림길이다. 위험한 너덜길을 내려서며 우거진 숲속의 어두움, 깊이패인 계곡의 짙푸름에 공포심도 느껴진다, 길지않은 나의 삶을 반추해보면서 내려오니...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옷차림의 두 여인을 만났는데.... 눈빛 느낌이 오싹했다, 곧이어 들리는 괴성(?)  아하? 바로 내가 무서워하는 무속인의 굿말 이었구나, 천년 고찰의 용문사 와 강인한 장수은행나무 앞에서 인간의 깃털같은 가벼움을 생각해 보았다, 이제 언제 만날지 모르는 용문산 산행을 종료하며  Adieu를 고한다. Memento mori ! , 용문이여 영원하라!

 

마당바위
칠흑의 계곡
용문사와 천년 은행나무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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