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기/설 악 산

공룡능을 찾아서.....

하정초원 2022. 9. 3. 20:37

구름속에 갇힌 공룡능선

 

산행일자 : 2022년 9월 2일

산행날씨 : 구름,비,한때맑음

산행방법 : 고교동창과 둘이서

 

산행구간 및 소요시간

설악동(4:00) - 마등령쉼터(7:25) - 1275봉(9:10)

희운각(11:15) - 설악동(3:00)/ 총11시간 소요됨

 

산 행 소 감

작년 서북능선 산행후 두번째 동창생과의 산행이다, 전염병과 어수선한 국내외의  불확실성에 답답한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다, 오후 5시에 서울을 출발, 8시경 양양 앞바다 해변에서 차박을 했다, 맑은 밤하늘에는 초생달과 별들의 합창, 하얀 포말의 파도가 있는... 신의 세상 이었다. 13번째 해변의신 이 되게 해준 친구에게 감사를 드린다.

 

텅빈 설악동 주차장에서 04시에 출발, 노송과 참나무가 늘어선 비선대 가는길...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잠시 랜턴을 끄고 바라본 하늘은 별님들의 새벽연회가 한창이다, 풍성하고 신비스런 세상이 열려 있었다. 마등령 오름길은 고난의 여정이다, 혹시나 구름이, 바람이... 불안한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기원하며  마등령쉼터에 도착한다.

 

용담이, 투구꽃, 기린초의 환영을 받으며 공룡의 등에 탄다, 구름과 안개에 쌓인 능선길... 조망은 전혀 없지만 서늘해서 산행하기엔 좋다, 친구에게 1275봉을 소개하려 했지만 조망이 전혀없어 등로초입만 소개하고 다음으로 미루었다. 문득 문득 구름안개가 비껴간 순간에는 용아능과 건너편 만경대가 얄밉고 앙증맞게 속살을 보여줬다.

 

암릉틈의 솜다리는 꽃잎을 떨군채 가을을 준비하고, 청초한 구절초는 지난한 슬픔을 가린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는비가 방울되어 배낭을 적시고....발길을 재촉하여 희운각에 의탁한다, 공사관계로 대피소 운영을 중단했는지 산꾼들의 흔적은 없다, 협소해진 다이닝룸(?)에서 따뜻한 커피한잔 하고 천불동으로 향한다.

 

천불의 형상과 계곡과 폭포의 전설이 있는 계곡길은 인생의 구비고개와 질곡의 흔적이었다, 폭우와 자연훼손에 따른 장애물들이 예전의 멋진 담과 소를 엉망으로 훼손했다, 아쉽지만 자연 치유되기를 바라면서 비선대로 내려선다, 우뚝한 적벽에서 젊은날의 내 숨소리를 들어 보았다. 목울음 삼키며 석주길,흑범길도 추억해본다, 천장을 끊는 슬픔이 복바쳐 온다.

 

"인생행로는 정해져 있다. 자연의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단 한번만 가게 되어있다. 그리고 인생의 각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 있고, 노년은 완숙하다. 이 특징들은 제철이 되어야 거둘수 있는 자연의 결실이다"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 중에서..... 내 처지를 되뇌어 본다, 나는 과연 누구이고 어떤 세대에 머물러 있는가?  비록 나는 완숙하지 못하지만,  함께한 친구는 영원히 위엄있는 세대가 되길 바라며 건강을 기원한다. 

 

안개,구름에 갇힌 공룡능(마등령 오르길에서)
투구꽃
기린초
나한봉
구정초
금강초롱
바위취
꽃잎진 솜다리
구절초
1275봉 내림길
구름에 갇힌 용아능
얼굴내민 용아능
신선대와 천불동암릉
천당폭포
용담이
비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