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기/근 교 산

삼성,관악산, 만추를 넘어서

하정초원 2012. 11. 11. 15:26

가을이 멀어저간다!

 

어젯밤 舊雨와 거닐었던 滿酒界가 너무깊었는지, 지나쳤기에.....,먼거리 산행을 접고 멍하게 만추의 허상만 바라본다, 아마도 어제밤은 호접몽에서 장주를 만났을것이다.

 

그래도 간만에 동부인하여 삼성,관악산으로 향한다, 삼막사까지는 인산인해다, 골골마다 정다운 이야기와 쉰막걸리냄새, 비릿한 땀내음이 가득하다. 도저히 능선길은 헤집을수가 없다, 꽃비가 흩날리는 검은나목이 안스러운데, 세월이 스치고간 인간의몰골이야 탈피한 매미껍질이 아니던가? 계곡의 둘레길을 택하여 삼막사에 선다.

 

아쉬움 이여!!!!

 

삼막사 주변은 명절빗음장터와 다름없다, 아마도 낙엽보다 사람수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바삐 무너미로 내려선다, 찰찰히 흐르는 계곡수의 영롱함이 극치를 이룬다. 파란하늘과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 낙엽이 부셔지는 합창을 들을수가 없다, 대신 인파의 아우성만 들린다,  고요함과 광란의 혼동이다.

 

팔봉계곡이다, 명경지수같은 계곡수가 풍부하다, 노송과 바위, 하얗게 부서지는 몰보라가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 아무도 없다, 그져 텅빈 공간에서 우리 두사람의 발자욱 소리만 들린다, 아니 발밑의 낙엽 구르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4봉곁에 비친 암릉과 삼성산 깃대봉
수리산 마루금(관모봉)

“無空無虛則婦姑勃谿”의 발계를 빌려 우계 성혼한테 자기 가정사를 이야기했던 율곡의 아픈상처가 혼란속에 날아가버린 가을의 정취와 뭣이 다르겠는가? 겉만 복잡한것일까? 아니다, 찌든눈과 암울한 가슴속에는 더많은 물건들이 방구석을 어지럽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팔봉에서 펼쳐보인 수리산의 자태가 아름답다, 기암과 노송이 힘겨운 삶을, 절제된삶을 보여준다, 그대여...., 與兮! 若冬步川, 猶兮! 若畏四隣....., 다산의 아픔도 알것같고....,허전한 나의삶은 무엇을 두려워했고 절제하였던가? 아무것도 없다.

 

팔봉능선을 넘어 불성사로 향한다, 불자들은 어디계신가? 아무도 없다, 풍경소리도 없다, 목탁소린 더더욱 없다, 눈을 부라린 백구만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새파란 노송군락에 안주한 사찰에서 心戒가 느껴진다. 경허와 만공은 어디계신가? 활선이시여!!!!

 

지인의 예식일이 오늘이란다, 지금은 3시....., 어떻게 5시 예식에 얼굴을 내밀까? .... 달린다,  마지막 가을의 부스러기들을 마냥 안아주고 싶었든데....,낙엽에 누워 四段七情의 논쟁이나 싫컷하려했는데......

 

뒷모습은 언제나 외로운것을
화사한 단풍의 자태가 계속되길

아쉬움을 안고 수목원의 꽃단풍에 손사래로 인사한다.... 광장에는 음악회가 한창이다.  “ 가을을 남기고 간.......” 슬픈 가을 노래가 울려퍼진다, 가을이 멀어저 간다.

 

산행코스 : 삼성초교 ~ 학우봉둘레길 ~ 삼막사 ~ 무너미 ~ 8봉 ~ 불성사 ~수목원 ~ 삼성초교(6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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