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이야기/듣고싶은 이야기

삼국유사(조신이야기)

하정초원 2011. 7. 18. 16:43

<삼국유사,조신이야기>

 

옛날 신리시대에 세달사 라는 절의 농장이 명주,내리군에 있었는데 주관하는 절에서 중 조신(調信)을 보내어 농장을 관리하였다, 조신이 농장에 이르러 태수 김흔 공의 딸을 좋아하여 무척 반한지라 여러번 낙산의 관음보살 앞에 가서 남몰래 사랑이 성공 할것을 빌어온지 수년 동안에 그여자는 벌써 배필이 생겼다. 그는 다시 관음당 앞에가서 관세음보살이 자기 일을 이루어주지 않았다고 원망하면서  날이 저물도록 슬피울어 그리운 정에 지쳐서 잠깐 졸던 차에 갑자기 꿈에 김씨의 딸이 기쁜 얼굴로 들어와서 백설같은 이를 들어내면서 말하였다.

 

"제가 일찍이 스님의 얼굴을 어렴풋이 알았으나 마음으로 사랑하여 잠시나마 한번도 잊은적이 없었는데 부모의 명령에 부대껴 억지로 다른사람에게 갔던 것입니다, 이제는 죽어도 한 구덩이에서 묻힐동무가 되어주시기를 바라고 이렇게 왔습니다." 조신이 매우 기뻐서 함께 고향으로 가서 같이 산지40여년에 자식 다섯을 낳았으나 집은 텅텅빈 네 벽 뿐이요,변변찮은 끼닛거리도 댈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서로 이끌고 불상한 처지가 되어 입에 풀칠이나마 하기 위해서 사방으로 다녔다, 그러기를 10여년동안 안 가 본 곳없이 돌아다니니 해진 누더기 옷이 몸을 가리지 못하였다, 마침 면주 해현 고개를 지나는데 열 다섯 살 난 큰 아이가 굶어서 갑자기 죽어 통곡하다가 길가에 묻고 네 자식을 데리고 우곡현 에 이르러 길가에 움집을 짓고 살았다. 부부가 늙고 병들고 굶주려 일어나지 못하매 열 살 남 딸 아이가 돌아다나면서 동냥을 하다가 사나운 개 한테 물려 울부짖으면서 앞에 와 쓰러졌다. 부모는 흐느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말고 부인이 눈물을 씻고 갑자기 말하였다.

 

"내가 처음 당신을 만날때에 당신은 젊은 나이에 얼굴이 잘 났으며 옷 차람도 깨끗하였습니다. 한 가지 맛난 음식도 당신과 나누어 먹었고 몇 자 되는 따뜻한 옷감도 당산과 함께 입어가며 지낸 지 50여년에 정분은 다시 없었고 은혜와 사랑은 한없이 깊어 과연 두터운 인연이라 하였더니 근년에 와서 쇠약해져 생긴 병이 해마다 더하고 굶주림과 추위가 날로 닥쳐오자 옆집의 건건이 한그릇도 사람들이 빌려주지 않으며 온 동리에 치사스럽게 굴기가 한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굶주림과 추위를 면해 주수 없는 터에 어느겨를에 부부 사이에 사랑과 즐거운 생각이 날 것인가요.

 

붉은 얼굴에 예쁘던 웃음도 풀위의 이슬처럼 사라졌고 지초와 난초같던 꽃다운 약속도 회오리 바람에 버들꽃인양 흩어졌구료! 당신은 나 때문에 괴로움을 받고 나는 당신 때문에 걱정이 되니 곰곰이 옛날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우환이 함께 따라올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당신이나 나나 어째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요? 변변찮은 뭇새가 함께 굶주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귀한 외로운 새가 되어 짝을 부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차면 버리고 더우면 붙는다는 것은 인정에 차마 못할 노릇이지만 가고 멈추는 것을 인력으로 못하고 이별과 상봉은 운수에 달렸으니 청컨대 이로부터는 서로 그만 헤어집시다."

 

조신이 매우 기뻐하여 저마다 두 아이씩 데리고 장차 헤어져 가려고 할때 아내가 말 하기를,"나는 고향으로 갈 터이니 당신은 남쪽으로 가십시요" 하고 작별을 한뒤 길을 떠나는 참에 잠에서 깨니 타다남은 등잔불이 가물거리고 밤은 깊어갔다. 아침이 되어 보니 머리털이 죄다 세고 정신이 멍하여 모무지 인간세상에 살 생각이 없어지고 괴로운 생애가 이미 싫어지매 평생의 고생이 지쳐 물린듯 탐욕스러운 마음이 씻은듯 얼음 녹듯 풀어졌다.

 

이때야 관음상을 대하기가 부끄러워 뉘우침을 마지 못하였다. 해현으로 가서 전일 어린 아이를 묻은곳을 팠더니 그것은 바로 돌미륵이었다. 그것을 잘 씻어서 이웃절에 모시고 서울로 돌아와 농장직일을 그만두고 자기 재산을 들여 정토사 를 세우고 부지런히 불도를 수업하더니 그후 어떻게 생애를 마쳤는지는 알 수가 없다. 평하여 말 하간대 이 글을 읽다가 책을덮고 곰곰이 풀어보니 하필 조신의 꿈만 그렇타고 하랴! 여기서 인간세상의 낙 이라고 하는 것은 즐겁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되 별로 이것을 깨닫지 못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노래를 지어 경계한다.

 

달콤한 한 시절도 지내다 보니 허망하다.나도모르게 근심 속에 이몸이 다 늙었네.허무한 부귀공명 다시 생각하지 마소.괴로운 한평생이 꿈결인 줄 알괘라.착한 행실 위하여는 마음을 먼저 닦을지니홀아비는 미인을, 도적은 창고를 꿈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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