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것들/인 연

단풍과 이별하며 걷는다...

하정초원 2025. 11. 29. 09:42

떠나가는 나의 단풍이여....

 

늘 옆에 있어 4계절을 함께 하면서도 별다른 감정없이 올랐던 앞산인데.... 오늘은 웬지 쓸쓸함이 느껴저서 오랫동안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 이제 절정이 지나 스스로 빨간 잎사귀를 떨어뜨리며 나무에 고통을 주는 단풍이 마냥 예쁘지만은 않다.

 

군 초소옆의 진달래는 조금 늦게 피었지만 고매하고, 양지쪽 경사지의 구절초는 잃어버린 추억을 찾는 치매할멈의 자상한 얼굴같다. 조금 늦어도 아름답고 조금 부족해도 넉넉해보이는 세상, 그런 세상을 생각하며 가을의 뒷자락을 걸어가본다.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단풍이 나무에게는 쓰린 고통을 주지만 나무는 말이 없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속에 산다.어떤 것은 대비할수가 있지만 거의가 한순간에 몰려와 슬픈 삶을 만든다. 그래도 단풍은 예고된 일생이라 찬사라도 보내야지....

 

쪼그라진 빛바랜 단풍잎을 보면서 회색의 그리움이 선명해지니, 어쩌면 고통이 그리움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앞산과 잣숲을 걸으며 마주하던 짙어지는 가을이 이제부터 허전하고 그리워질 것이다. 단풍이 짙어지고 석양이 스러질때에 내 마음은 가을을 헤맨다. 내 영혼이 석양에 비춰진 하얀 갈대꽃처럼 자유롭게 흔들리려나.

 

고통에서 기다림으로, 기다림에서 즐거움을 얻으며, 예고된 고통을 감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잣숲의 청설모는 사철푸른 잣나무만 오르며 단풍의 고통을 반기지 않는 모양이다, 앞산을 오르며 만나는 청설모가 단풍의 삶보다 편안해 보이니....지금 나는 가슴속에 화사하지 않은 고통없는 가을이 쌓여지기를 기도한다, 떠나가는 가을의 모든것을 사랑한다.(앞산의 늦가을, 슬픈생각)

 

물드는 앞산 꼭대기의 단풍
주인없는 군 초소
매일 걷던길
조금 늦게핀 진달래
절정기의 단풍
남쪽 등로의 단풍
단풍의 화양년화
꼭대기를 오르면서....
주인없는 구절초, 내년에 다시 만너세....
마지막 단풍나무의 고통
아마도 내일은 횟빛으로 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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