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찡해지는 어느부인의
삶의 이야기
경북 안동시에 세워진 "원이어머니"동상(사진출처:안동시나브로카페)
"원이 아버지께 ..." (원본 내용임)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서 와서 보여 주세요. 몰래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사백년전의 사부곡>
지난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의 400년 된 "이응태"란 분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그 무덤에서 편지가 한 통 발견되었습니다.
이 편지는 언문(한글)으로 씌여져 있었는데
1586년 6월 1일 서른 한살의 나이로 죽은 남편 이응태를 그리며
아내가 장례전에 써서 무덤 속에 넣어둔 것입니다.
편지에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생생히 적혀 있었습니다.
발견 직후 현대의 표현과너무도 흡사해 정말 400여년 전의 편지가 맞느냐고 의심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31세의 젊은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비통한 마음을
절절히 담아 남편의 관속에 넣었던 그 편지글을 다시 옮겨 봅니다.
이응태(1556~1586)의 부인이 남편에게 보낸 편지(15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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