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산에서 관악산으로
산행일자 : 2009년 12월 19일 토요일
산행시간 : 10:30am ~ 16:00pm
산행구간 : 삼성초교 ~ 삼성산국기봉 ~ 무너미고개
5봉끝 ~ 8봉국기봉 ~ 6봉국기봉 ~ 서부능헬기장
잣나무숲 ~ 서울대수목원 ~ 안양유원지
산 행 소 감
매우 추운 날씨다 올해들어 가장춥다고 매스컴에서는 난리다, 비록 고산,명산은 아나라도 늘 가깝게 마주했던 이곳들이 구석구석 보고파서 혼자 나선다, 물론 사람들이 많지않아 생각하기에 좋고, 나를 되돌아 볼수 있어 좋다.
매주 밤마다 마주하는 사자바위는 오늘따라 웅장해보인다, 암릉으로 이어지는 암봉끝은 사자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인자한 노인의 모습이다, 노인을 찾이가는길, 기뻐서일까?얼굴과 등줄기가 축축하다, 얼른 내피를 빼어 가방에 넣는다.
암봉에서 보이는 나의 생거, 석수골, 찬 바람만큼이나 냉냉해진 삶의무게로 바라본다,도데체 사람의 인연이 왜 얼퀴고 설퀴는지, 풀려면 다시 겁으로 옭매지는지?알수가 없다, 지금 바라보듯 그렇게 이어지는지....
새털같은 학우봉에 오른다, 서울의 서남부와 멀리 인천앞바다가 조망된다, 그래 태풍뒤의 고요랄까? 동장군에 곁들인 파란하늘은 눈이 부시다, 부디 눈에서 간직한 희열들이 가슴으로 타고와 억장이 되지않기를.....
삼성산 주봉인 국기봉, 강풍에 시려 얼굴을 들수가 없다, 하지만 마음속 허열은 한풍을 넘는다,무의미한 생각으로 펄럭이는 깃대를 잡는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무수한 외침들, 도무지 알아들을수가 없다, 사연을 안은채 달려오는 비행기에 눈길을 둔다.
무너미를 지나 5봉오르는길, 강남7산때 밤중에 내려왔던길이다, 익숙하지만 대낮에 역으로 오르니 조망이 일품이다, 날씨가 거져다준 파란하늘에 펼쳐진 삼성산, 수리산, 그리고 붓끝으로 이어놓은듯한 한남정맥의 마루금이 참 아름답다.
국기봉을 지나 군승바위를 올라 연주암갈림길을 만난다, 윙윙거리는 철탑시설물이 을씨년 스럽다,평소같으면 인파로 붐비던곳, 날씨덕분에 혼자서 북한산의 위용과 서울의 풍경을 맞는다,중생의 간절함이 있는곳, 연주암의 모습에 헝크러진 마음을 다듬어 본다.
8봉깃봉을 지나 6봉으로 향하는길, 양지쪽에 마주앉아 식사하는 노부부의 모습을 본다, 문명이란 훼방꾼없이 자유로운곳, 여기가 사람들이 있어야하는곳이 아닐까? 사념으로 그득한 물욕의 내가슴에 저 아름다운 참모습을 담고싶은데.....
내친김에 6봉깃봉으로 향한다, 펼쳐진 과천벌과 멋진 청계산이 다가온다, 여기도 정상에는 혼자다,자주 들르던 청계산, 저멀리 백운산과 광교산이 혼자임이 아니라는 즐겁고 넉넉한 마음을 만들어준다, 그냥서서 찬바람을 맞는다, 무슨사연이 많아서인지 오랜시간 머문다,온몸은 춥고 떨리는데 가슴속 붉은 화기는 왜 식을줄을 모르는지,
불성사를 바라보며 암릉길을 간다, 분재같은 기목의 노송에게 말을 던진다, "너도 속과 겉이 많이 다르리라" 라고, 겉모습은 아름답고 멋지지만 풍상에 할퀴어진 수많은 사연들을,배배꼬인 몸퉁이로 암릉속에 쑤셔넣고, 말이 없네, 참으로 무던하네.
암릉 양지쪽의 볕은 포근하다, 잠시 쉬어간다, 뜨거운 찻잔에서 느끼는 온기가 추억을 가져온다,사랑토방, 서낭당고개길, 신작로,,,,. 그곳에 앉아있는 무엇이 생각난다, 백설에 뿌려진 선혈처럼 강렬하게 오열하고픈 충동이 이니 무슨 조화일까?
언젠가 만나겠지, 토방 양지볕에 참빗질하던 당신을,만나는날 나는 무슨말을 해야하나?
잣나무숲길을 지나 유원지에 들어선다, 이곳도 동장군의 영향일까? 텅빈 저잣거리 같은데 분에 넘는 음악소리가 오히려 소음으로 느껴진다, 강추위로 조용해진, 인적이 뜸한 산길을 혼자 사색하며 걸었다, 생각은 많았고, 정리도 많았는데,산을 내려오니 머릿속,가슴속은 여전히 텅비어있다, 또 채우려, 채우려, 갈것이다, 산에 오를것이다.
-- 석수재에서 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