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밤, 까치설, 새해를 준비하던 옛날이 생각나서,
내나이 대여섯때, 그시절에는 이맘때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을까요????
아버지는 장작패서 한아름 부엌에 쌓아놓고,
바깥마당 건너 묻어둔, 실한무우 삼테미에담아
어머니께 갖다주고, 사랑방에 앉아 두어대접
알밤을친다, 참 모양이 좋다.
들어보란듯 헛기침 크게하고 아랫마을로 향하는데,
거나하게 취한듯 기분이 좋으시다, 한손에 들린것은
뻬다귀가 튀어나온 돼지고기 서너근,
볏집에 뀌어 대청마루 기둥에 매어단다,
앞마당 다라속엔 이미 만들어 담근 하얀두부가
남아있는 간수끼를 토해내고, 아래방 아궁에는
수수엿물이 코를 찌른다, 주름패인 어머니 손에는
커다란 나무주걱이 신나게 춤을춘다.
와,소리에 밖에나가보니 김서방이 지고온 시루안에서
하얀 떡가래가 하얀김을 토해낸다, 손이크신 어머니,
반토막 질근끊어 침만고인 목구멍에 행복을 준다,
아, 아깝다, 천천히 먹어야지....
옆집 할머니와 아주머니들 부지런히 건너방을 오간다,
엿고는 방은 철철끓고, 산자만들 쌀반죽이 홍두께에
밀려지고, 솥귀모양으로 잘라진다, 그옆에는
장날에 튀겨온 쌀튀김의 냄새가 참 구수하다.
굴을넣은 노란전, 노르슴한 두부부침, 호릿병의
주안상이 사랑방에 차려지고, 동네어른과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어머니는 모른척 느루미 부침에 정신이 없다.
이윽고 아버지가 나오고, 어머니가 내어온
하얀쌀밥에 커다란 떡뫼가 춤을춘다, 그리고
고물에 묻혀준 인절미 두어개, 참 맛있다.
꿩다리 아줌마가 갖고온 연평도 조기두릅,
멍멍이가 월월짖는다, 참 맛있는가 보다.
밤이왔다, 다섯살에 무슨 고민이 많은지
잠이 안온다, 어머니는 산자에 엿을바르고
튀밥을입힌다, 내눈은 어머니 손짓을 따라
밤이깊도록 똘망거린다, 참 먹고싶다.
그런데 잠이오려한다, 자면 안되는데,
눈섶이 하얗게희고, 또 이 맛있는 산자들을
누나들이 다 먹으면 어쩌나, 참 고민이 많다,
잠들지말자, 잠들지말자........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여섯살때의 그믐날
모습이 또렷해지네요, 다시금 그때로
돌아가려는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때의
그집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김서방도,꿩다리
아줌마도,,,, 이젠 아무도 없고,그림자도
밟을수 없으니, 참 지나온 세월이 얄밉군요,
무자년을 마치면서 새로운 기축년을 맞이하여
무병장수하시고, 소문만복래하시고, 늘 행복한
일만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효재네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