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기/지 리 산

지리산 태극구간

하정초원 2011. 9. 26. 17:16

지리산 태극 구간(밤머리재에서부터 장터목까지)

 

산행일자 : 2011년 9월 23일 ~ 24일(무박산행)

 

산행구간 및 소요시간

밤머리재출발(03:40) - 도토리봉(04:10) - 동왕등재(05:20) - 왕등습지(07:00) - 외고개(07:19) -새재(07:48) - 새봉(08:53) - 쑥밭재(09:21) - 청이당(09:47) - 국골사거리(10:30) - 두류봉(10:48) -하봉(11:12) - 중봉(12:17) - 천왕봉(12:49) - 장터목(13:30) - 중산리(15:30) 총 12시간

 

산 행 소 감

<밤머리재>

4년만에 다시찾는다, 주인없는 간이매장(폐버스)이 반갑다, 졸졸흐르던 식수는 없고, 허드랫 물통만이 놓여있다, 정겹던 한봉통도 보이질않는다, 어두워서 안보이는것일까?

 

<도토리봉/908m)

초입부터 공포의 경삿길이다, 심장이 멎을 것 같지만 흐르는땀과 내뱉는 숨소리, 근육경련현상이 박자를 이루며 해냄의 여유를갖는다, 시원한 정상이다, 까만하늘에는 머리만한 별들과 폭포수같은 은하띠가 아름답다, 황홀한 새벽밤이다.

  

도토리봉

<동왕등재 깃대봉/933m>

여인네 가름마같은 새까맣고 정갈한 산숲길을 따른다, 랜턴빛에 놀란 산새의 퍼드덕거림에 미안한 마음이다, 또다른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고 산허리의 트레버스길을 가는데,,, 알바길이 아니던가? 예전에는 직길이었고 약간의 암릉구간이 있었는데,.., 이미 되돌아오긴 조금늦었고, 대략 느낌대로 좌방향으로직진하여 오르니 원래길과 합류하고 곧이어 동왕등재에 다가선다.

 

예전에 전방의 인기척에 놀라 2시간을 숨어있었던 해프닝이 생각나서 웃어본다, 역시 부셔진 정상석은 그대로이고, 참나무도 여전하다, 발아래 새재의 불빛이 아련하다.

 

<동왕등재 표지석>
<천왕봉 위용>

<왕등재 습지/960m>

서북방향의 능선을 따른다, 이미 일출은 시작되고 서남방향의 천왕봉은 여러봉들을 거느리고 일출의 역빛을받아 검고 웅장하게 자리한다, 능선을 따르다 좌측으로 들어서면 왕등습지다, 고산습지라하여 보호되며 산객들의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원성이 많은 곳 이기도하다, 나무난간과 테크가 조성되어있으며 습지를 살필 수 있도록 주변에 숲소로가 만들어져있다, 이곳에서 식수를 보충할수 있다.

 

<습지 안내판>

<외고개>

습지에서부터 새재까지가 감시원공포가 심한구간이다, 습지에서 왼쪽의 풀섶을 따른다, 조릿대와 억새풀은 내키를 훨씬 덮고도 남는다, 고개숙이고 여우굴이 끝나는곳이 외고개다, 새재마을의 불빛을 안고있으며 소로 정중앙에 외고개라고 쓰여진 활엽수 한그루가 서 있다.

 

<외고개 표지목>

<새재>

윗새재로 탈출할수 있는 새재는 외고개와 조릿대숲굴로 이어져있으며 30여분 거리에 있다, 분지같은 안부에는 많은 시그널이 달려있다, 상여집같은 음습함이, 일제순사 장검같은 공포감이 없는, 사랑방같이 웃음이 묻어나는 산꾼들의 휴식처가 되었으면 하는데....., 

 

<새봉/1,322m>

새재에서 바로 시작되는 급사면은 죽음의 길 이다, 조릿대토굴을 통과하기에 여간 힘이들지 않다, 머리를 바짝숙이고 기어가야만한다, 배낭은 끌어댕기고 모자는 가차없이 벋겨진다, 산고같은 고통이 있은후에야 땀과 눈물의 산물인 정상에 선다, 얼마 안가서 잡목이 우거진 폐헬기장이 나온다. 

 

약간 왼쪽으로 휘어지는 경삿길이다, 예전 밤길산행때의 기억을 살리면서 원시림의 숲길을 혼자서 간다,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기쁘기도하고 서럽기도하다, 한을 씹으니 굵은 눈물이 뜨겁다, 멧돼지 배설물에 정신차리고 암릉의 로프를 잡는다, 그리고 새봉의 정상에 선다, 아무런 표시가 없지만 쉴 수 있는 안부다, 직진하면 벽송사길이다, 진행길은 왼쪽길이다.(길 주의 요함)

 

<산꾼들이 표기한 간이표시및 야광스티커>
<천왕봉 능선>
<간이 표시글자>
<새봉의 안부>

<쑥밭재>

왼쪽으로 진행하면 커다란 “형제바위”가 나온다, 우측에 바위를 끼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독바위가 보인다, 구름 때문에 조망을 포기한다, 바로 직진(독바위길은 왼쪽계속길)하여 내려서면 조릿대가 무성한 쑥밭재에 도착한다, 우측길은 벽송사 가는길이다.(길 주의)  

 

<형제바위>
<쑥밭재 삼거리>

<청이당>

쑥밭재에서 왼쪽길을 따른다, 조릿대굴이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던 “외서댁”의 발싸개한 동상걸린 하얀두손이 냉큼 나올듯하고 음습하다, 왼쪽 조개골길을 버리고 직진하면 댓잎의 스시렁소리와 물소리가 더해져 시원한 바람이 분다, 모든 산객들이 기다리는 “청이당”이다. 

 

옛날 산적과 짐승들로부터 보호를 빌던 신당같은 곳이었단다, 나무에 청이당이란 글자가 있었는데, 긁어내고 할퀴고해서 지워졌다,대신 누군가가 흰폐인트로 식수위치와 지점을 표기해주었으니 다시는 지울수 없으리라, 왼쪽 계곡에서 식수를 보충할 수가 있으며 비박도 가능한 곳이다, 깨끗이 이용했으면 한다.

 

<청이당 표시>

<국골사거리>

대략 1,600m까지 서남향으로 휘어지며 계속하여 고도를 높힌다, 적막강산에 혼자서 간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원시림인 참나무숲으로 우거진 고요한 길 이다, 어쩌면 내가 바래왔던 안식처인지도 모르겠다.

피곤함이 묻어나는 삶의 역정도 주마등같이 지나간다, 숱한 생의 사연들 만큼이나 많은 너덜들이 발길을 잡는다, 동토의 시간이 지나고 눈이녹은 저 자리도 신기루같은 새삶의 양치식물들이 화려하게 자라난다, 어쩜 인간보다 더 아름답지 않은가?

 

예전 산행시에 길잃은 산꾼들을 만났던 마의구간인 국골사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은 두류능선으로 우측길은 영용봉이 있으며 추성리로 통할수있고, 왼쪽길은 하봉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보물같았던 이정표는 공단에서 없애버렸다. 사고시에는 매우 유용하였을텐데......

 

<국골사거리/ 길조심>

<하 봉 / 1,755m>

등로는 확실하다, 구상나무와 잣나무, 참나무류가 무성한 능선이다, 참 시원하다, 고도를 높혀 두류봉(1,617m)에 다달은다, 지리의 속살과 주능선이 멋지게 조망되지만 정상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산을 찾으매 혼자만의 평화로움을 얻었고 사색과 반성, 회한과 다짐의 순간도 많았으리라, 해냄의 기쁨도 있었고 놓침의 아쉬움도 많았으리, 오늘도 삶의 역정이 들머리부터 명쾌한 시간으로 펼쳐진다.

 

섧기도하고 울기도했다, 그리워서 보고싶어서 통곡도 했다,미워서 보기싫어서 소리도 질렀다, 미안해서 아쉬워서 눈길도 돌렸다,......, 진정한 평화와 자유로움인 푸르름과 시원함, 텅빈 마음속에서, 향기나는 무욕에서 또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어 이렇게 깊은산속을 헤매고 다니는지도 모른다, 눈물이 흐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부에 선다, 하봉이다, 이곳도 출금지역이다 보니 아무표시가 없다, 지리의 명성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다, 좀더 세련된 정책이 나와 두류봉과 더불어 멋진 이름표가 붙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반 야 봉 과 주능선>
<하봉 가는길>
<하봉 안부에서>
<중봉 가는길>

 

<중 봉 / 1,875m>

이제부턴 마지막 요주의 구간이다, 숨소리 발소리를 죽이며 척후병같이 오감을 이용 인기척에 몰두한다, 한걸음씩 중봉으로 다가선다, 이윽고 출입금지선 앞에선다, 몸을 감추고 감시원유무를 살핀다, 침이 마른다, 가슴이 뛴다, 짜증도 난다, 감시원때문도 아니고 범칙금 때문도 아니다, 뻔뻔하게 위선하며 겁내하는 내몰골이 싫어서다, 엉터리 제도를 만들고, 또 제약하는 사람들이 싫어서다.

 

찝찝한 마음으로, 기쁘지 않은 마음으로 통제선을 넘어선다, 정상에는 노신사한분이 가장편안한 모습으로 식사를 한다, 건너편 천왕봉은 구름속에서 공포구역을 넘어선 내게 무표정의 인사를 보낸다.

 

<중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며>
<써래봉 능선/ 멀리 치밭목이 보임>
<단풍조짐이 있는 천왕봉가는길>

<천왕봉 / 1,915m>

텅빈 마음을 정갈하게하여 중봉을 내려서고, 힘을 다해서 지리의 주봉인 천왕봉에 오른다, 많은 산꾼들의 사랑? 때문에 정상표지석은 오늘도 정신이 없다, 혼자서 정상의 한복판에 우뚝선다, 힘찬 주능선과 지나온 원시의 동부능선, 신비로운 남부능과 서북능이 장쾌하다, 고봉준령과 함께한 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그 무슨 대수란 말인가?

 

 

 

< 지리산 정상 표지석>
<천왕봉에서 보이는 주능선의 위용>

<장터목>

아쉬움을 뒤로하고 천왕에서 내려선다, 통천문을 지나고, 제석봉을 지나 난장이선 장터목에 도착한다, 마지막 남은 먹을것과 식수를 빈운다, 원래 세석까지 일정이었는데, 아쉽지만 늘 그랬던것처럼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가장빠른 걸음으로 유암폭을지나 중산리에 도착하여 12시간의 산행을 종료한다, 주차장 아래의 계곡물에서 산행중의 모든 잡념도 몸의 땀을씻듯이 깨끗이 지워버린다.

<장터목 대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