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태극길, 안개속에 묻히다.
천왕봉을 올라본 사람은 주능선 종주를 생각하고, 주능선 왕복과 화대종주를 거쳐 태극종주를 꿈꾼다, 힘과 기와 사랑을 다하여 인월 덕두산에서 성삼재까지의 서북능과 천왕봉 까지의 주능선, 그리고 덕산 까지의 동부능선, 태극문양의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힘찬 마루금을 밟고싶은 충동으로 또한 두려운 마음 으로 산행을 시작 해 본다.
산행일자 : 2007년 8월 1일 ~ 8월 3일
산행날씨 : 흐리고, 맑고, 강풍,안개
산행시간 :
인월(4:37p) - 덕두산(6:20) - 바래봉(7:05) - 세걸산(10:07) - 고리봉(11:50) -정령치(12:20/01:00) - 만복대(1:50a) - 성삼재(4:20/8:05) - 임걸령(10:20) -연하천(2:30/3:50p) - 벽소령(5:15) - 세석대피소(8:00) - 한신계곡 - 백무동
(어둠에 묻힌 천상화원, 철쭉동산)
서울에서 08:00시에 출발, 정오쯤 인월에 도착하여 5일장터를 지나, 어탕집(두꺼비?)식당에서 휴식을 취한다, 16:37분 다리를 건너 마을 제당앞을 지나 구인월로 향합니다, 마음속으로 보아왔던 마을회관 이 정겹고 늘 바람에 날리던 깃발은 불볕더위에 살짝 숨어버렸나 봅니다.
산판길을 따라 낙엽송숲과 잡목숲을 지나 주능선 안부에 도착하지요, 어느것 하나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 풋픗한 냄새와 울긋불긋 버섯들이 모두 처녀의 속살처럼 깨끗하고 화려하다, 등로는 가파르게 이어지고 휴양림 갈림길을 지나 억새로 둘러싸인 덕두산 정상에 다달읍니다, 보잘것 없는 표지판이지만,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반갑게 감싸안아보지요.
억새내림길을 지나 바래봉(1,186km)에 도착하네요, 스님들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듯한 모양 이라서 이름된 곳입니다, 구름속에서 나마,태극문양의 마루금이 보이는듯하고, 초지길을 내려서니 주인없는 바래봉샘터는 시원하게 물을 쏟아내고 있네요.(저녁1시간 소요)
5월경 철쭉산행지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며 이곳에서 천상의 화원인 팔랑치까지는 복분자 넝쿨이 방해는 하지만 호젓하고 여유로운 산행길이지요, 부운치와 옥주님이 알려주신 세동치 샘터를 지나 지리산의 3대산중의 하나인 세걸산(1,216km)정상에 도착합니다, 바로앞의 고리봉과 만복대가 구름속에서 수채화로 번져지고, 동편제의 운봉땅과 춘양골 남원의 불빛이 은하의 세계를 연출합니다 정상의 "독사주의"란 표지판은 왠지 똬리튼 독사가 있는것 같은 섬뜩함을 느끼게 하네요.
고리봉길은 산죽으로 터널을 이루네요, 소설 태백산맥의 한장면, 토벌군과 빨찌산의 처절한 투쟁속에 누더기옷과 헌양말로 발싸게한 "하대치와 외서댁"이 방금이라도 조릿대숲에서 뛰어나올듯한 느낌입 니다, 몇번째 찾아온 고리봉(1,304km)의 삼각점과 이정표가 친구처럼 정겹습니다, 그리고 주인없는 텅빈 정령치에서 달콤한 휴식을 가져보지요,
철문위로 나무계단을 따라 급경사지를 오르지요, 사르르떨고 있는 억새소리가 들리는 인적없는 호젓한 길이다, 시원함을 느낄순간 벌써 만복대(1,438m)에 도착합니다, 정상표지석과 둥근 돌무덤이 있으며 주위에는 억새밭이다, 억새꽃을 "새품"이라고 한다, 가을철에는 새품이 햇별을 받아 정상을 온통 하얗게 빛나는 초원을 만든다, 순박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 둥근달 아래의 억새들은 어둠속에서 사르르 소리를 낸다, 그리고 흔들리는 모습에서 나는 여유로움과 행복함을 가져봅니다.
억새와 철쭉숲길의 내림길은 매우 미끄럽네요, 작은 고리봉을 지나 소나무숲길로 들어설 즈음, 인간의 소음이 들려오고 곧이어 지리의 뤼머광장,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불덩이가 된 두발을 식히며 잠시 휴식을 가져보지요, 우리의 엄마 옥주님의 아침성찬은 고갈된 체력을 보충하여 주네요, 옥주님, 정말 고맙습니다.
(연하천의 군상들)
종석대의 그늘?아래 포장길을 나서지요, 벌써 무심님은 철리행군의 날개를 달고…… , 코재를 지나 노고단 가는길은 왜이리 힘이들까요? 노고단, 역사와 설화가 많은 정상에는 지금쯤 여름야생화가 만발하였겠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왕시루봉의 자태도 보고싶은데…….
노고단(1,507km)고개의 돌탑에서 한컷하는 김종철님의 넉넉한 웃음이 보기 좋네요, 주능선상의 가장 여유로운길, 돼지령의 철쭉군락지를 지나고, 피아골 갈림길을 지나 임걸령 샘터에 도착합니다, 냉찜질 을 권유하는 피빛티셔츠의 영원한 해병혼, 소나타 총무님의 배려에 고마움을 가져봅니다.
불무장등에서 이어져온 삼도봉을 지나고 500여개의 계단길을 내려서니, 보랏빛 이질꽃,빨간 동자꽃 그리고 돌양지등 야생화가 한창인 화개재가, 염천의 한복판이 되어 뜨겁게 느껴집니다. 항상 쉬어가던 주능선상의 유일한 의자가 있는 쉼터였는데 지금을 철거되고 출입금지표지판만이 덜렁 걸려있네요, 왜, 있는것 마져 없애야 하는지 나는 정말 이해할수가 없네요…..
토끼봉 오름길, 토리님, 종철님, 우리 힘 한번 써볼까요? 단숨에 오른 토끼봉, 바로 아래 아련한 팔백 능선이 칠불사의 亞房 을 두루 감싸 안으며 흐릿한 마루금만 이어주고 있네요, 마지막 시험을 더하는 명선신의 노함을 피해 또다른 500여개의 계단길을 지나 연하천에 이릅니다. "시인 마을"이란 간판과 정비된 샘터가 좋았고 부산한 산객들의 여유가 좋았다, 그리고 산장지가 털보아저씨가 건네준 이원규님 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시표가 정다웠다.
(상덕평 노인의 간구는 무엇일까요?)
郡경계의 삼각고지를 지나 형제봉에 다달읍니다, 커다란 형제바위에서 우리들의 형제애와 가족애를 생각해 봅니다, 어느날 갑자기 소멸된 공룡처럼, 내어 던져버린 우리 아버지들의 초상들, 쓰디쓴 소주 한잔에 위안을 가지는 지금, 바위처럼 굳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수는 없을까요?
벽소령의 공터에는 많은 산객으로 어수선하네요, 몹시 쫒기는 심정으로 옛 벽소령을 지나 덕평봉 샘터 에 서 있습니다, 비빅인들이 웅성대는 선비샘은 오늘도 쉬지않고 우리의 머리를 조아리게하고 갈증을 풀어주네요, 상덕평 초로의 간구는 이루어 졌을까요??? 나도 뒤돌아 머리 조아려 봅니다.
(안개속의 별천지)
아무도 가지 않습니다, 길도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않습니다, 왜냐구요? 구름은 하늘을 버리고, 안개는 갈길을 막아서는데……..
오늘의 산행,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개비가 되어 혼란할 즈음, 동부능선님이 결단하십니다, "뛰어넘지 못하는것이 있다"고, 아쉽지만 자연에 순응하고 세석에 몸을 맡긴다, 그리고 꿈을 꾼다, " 안개속의 동부능선은 별천지구나" 하면서…….
(또다른 무릉도원)
숨겨놓은 김치, 환상적 이었지요, 깊으신 배려에 감사하며, 한신계곡으로 멋진 좌천행사를 시작하지요, 영신봉에서 발원한 한신계곡은 가네소등 유명한 담소와 폭포를 간직한채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를 맞아주네요, 무릉도원을 공짜여행하니 기분한번 최고입니다.
뒤늦게 도착한 신인월 마을회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고생하신 어르신들의 체험담을 들으며 멋없이 스러져간 이념의 영령들에게 진심어린 화해를 부탁하여 봅니다, 항상 넘침과 유혹을 경계하며 후덕한 산같이 받음보다 베품을 사랑하는 모든이들에게 지리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비록 종주를 중단하였지만, 끝까지 지도해 주신 신현철대장님,총무님, 옥주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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